북한은 지난달 27일에 있었던 이미자씨의 평양공연을 예상 외로 김연자 씨의 평양 공연 때만큼은 높이 평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작년 4월과 금년 4월의 김연자 씨 평양공연과 관련해서는 방송 뿐 아니라 노동신문, '조선예술' 등을 통해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러 차례 '명공연'이라고극찬했으나, 이미자 씨의 공연에 대해서는 별다른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는 남한출신 대중가수들, 특히 이른바 '트로트 가수'들에 대한 호기심을 이미 김연자 씨 등을 통해 풀었기 때문에 이미자 씨의 공연에 대한 열기가 상대적으로낮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는 선곡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미자 씨는 공연에서 해방 전의 대중가요 '애수의 소야곡' '눈물젖은 두만강' '나그네 설움' 등북한 주민들의 귀에 익은 가요도 부르긴 했으나, 대부분 '아씨' '황포돛대' '흑산도아가씨' '기러기 아빠' 등 자신의 히트곡과 '가슴 아프게'등 남한 히트곡으로 채워북한 대중가요를 많이 부른 김연자 씨만큼 공감대를 형성할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연자 씨는 평양공연에서 '도시처녀 시집와요' '내나라 제일로 좋아''휘파람'등 북한의 인기 대중가요들을 거의 50% 정도의 비중으로 불렀을 뿐 아니라, 공연의첫 곡과 끝 곡도 북한 대중가요인 '반갑습니다'와 '다시 만납시다'였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이영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위원은 " 김씨 공연 때도 북한주민들은 북한 대중가요, 흘러간 옛 가요의 순으로 반응을 보였으나 해방 후에 나온남한 대중가요에 대해서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해방 이후의 남한 대중가요를 많이 부른 이미자 씨가 김연자 씨만큼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내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라고 분석했다. 셋째는 정치와 문화를 분리해서 사고하지 않는 북한의 관점에서 볼 때 이미자씨가 김연자 씨에 비해 '부담스러운 가수'라는 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남한에서 '국민가수'로 불리는 이미자 씨로부터는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을 찬양하는 발언 등을 얻어내기 쉽지 않아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느낄 수 밖에는없었던 반면 김연자 씨는 북한체제 찬양발언을 별다른 부담 없이 했던 점이 두 가수에 대한 평가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연자 씨는 지난 4월 평양공연 때 "앞으로 저 뿐 아니라 남조선의 많은 가수들이 인류 공동의 명절인 태양절을 맞으며 성대히 열리는 4월의 축전무대에 올라 절세의 위인 송가, 통일의 노래, 민족의 노래를 부르기를 희망한다"라는 등 김 위원장에대한 흠모성 발언으로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결국 이미자 씨의 평양공연은 어떤 식으로든 북한정권이 보기에 정치적 명분이있거나 그들에게 정치적 신뢰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북한 주민들과 제대로 대중가요교류를 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척호기자 chchoi0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