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 대한 비판, 국민의 정부에 대한 평가 및 향후 국가적 비전 제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대표는 특히 전날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가 현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한 점 등을 고려, 현정부의 지난 5년간의 업적을 부각시키는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는 한편 이 후보와 관련된 소위 9대 의혹 검증을 강도높게 주장했다. ◇국민의 정부 평가 = 한 대표는 먼저 국민의 정부가 "IMF 국난 극복, 햇볕정책에 따른 한반도 평화와 민족 공동번영시대 개막, 세계 4위의 외환보유고 기록 및 4년 연속 무역흑자, 21세기 정보화 강국 초석 마련, 월드컵 성공 등을 이뤄냈다"며 5년간의 업적을 일일이 거론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가 출범했던 지난 98년초 국민의 정부에 부여된 역사적 사명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IMF 국난극복이었다"며 "국민의 정부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이를 해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대표는 그러나 ▲국민의 기대가 높았던 높은 도덕성과 정치개혁 분야에서 미흡한 점 ▲권력주변 부정부패 ▲지역주의 극복실패 ▲인사정책에서의 적지않은 무리▲의약분업 등 개혁정책 과욕으로 빚은 혼란과 불편 등을 과오로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온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불행을 가져왔던 IMF 국난 초래에 대해 한나라당이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국민의 정부를 공격하더라도 최소한 공과(功過)만은 공정하게 평가해야 하며 그것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이후보 공세 = 한 대표는 한나라당과 이 후보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이후보 관련 9대 의혹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강도 높은 공세가 벌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한 대표는 "세차례에 걸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통해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기대가 얼마나 높은가를 확인했다"며 9대 의혹을 일일이 열거했다. 그는 "명문 대가에서 귀하게 자란 두 아들이 신체검사를 앞두고 갑자기 몸무게가 줄어들어 병역을 면제받았는데 눈감아 달라고 할 수 있느냐" "그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돈이 오갔다는 녹음테이프까지 공개됐는데 정치 공세라는 것이냐"며 병풍(兵風) 의혹을 거론했다. 또한 "돈이 없어 집을 처분했던 이 후보가 100평이 넘는 호화빌라 3채에서 아들딸과 함께 살았는데도 그 자금 출처에 의문을 품지 말라면 누가 믿겠나" "만삭의 며느리가 국내의 친정을 두고 하와이로 아이를 낳으러 갔다면 그것이 미국 국적 획득을 위한 원정출산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국세청을 이용한 불법 선거자금 모금과 안기부 예산의 선거자금 도용 문제도 관련자가 이미 형사처벌을 받았거나 재판이 진행중에 있다"며 "이 모든 의혹은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적자금 청문회 무산과 관련, "왜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두번이나 물거품이 됐는지는 한나라당과 이 후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공적자금 중 얼마가 어느기업에 들어갔고 그 돈이 누구 손에, 어느 당에 들어갔기에 국정조사마저 무산시켰는지 알만한 국민들은 짐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우리당은 확실한 증거가 확보되는 대로 그 음모의 실상을국민께 분명하게 보고드릴 것"이라고 말해 향후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대대적인 공격이 벌어질 것임을 내비쳤다. ◇국가비전.선거혁신 = 한 대표는 "동북아의 신질서를 주도적으로 열어나가자"며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12월 대선에서 선거혁신을 이루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그는 남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선언'을 도출해내기 위해 제주도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한 대표는 이어 ▲국민의 70%가 건강한 중산층임을 체감할 수 있도록 서민.중산층 대책 강화 ▲문화 창달과 우수 기술 인력 양성 박차 ▲서울과 베이징, 도쿄를 잇는 `베세토 프로젝트' 주력 ▲동북아 물류네트워크 중심지로의 위상 강화 ▲외국인이 투자하고 싶고 기업하기 좋은 허브 코리아(Hub Korea) 실현 등을 내세웠다. 선거혁신과 관련, 그는 "우리당 노 후보가 제시한 선거운동 개혁의지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며 인터넷 선거 등 돈안드는 선거 솔선수범, TV 합동토론 활성화, 선거 공영성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중앙선관위 선거법 개정안의 수용, 지역주의 배격 등을 주창했다. 한 대표는 "이번 대선을 통해 우리는 남북대결에서 평화로, 경제위기에서 번영으로, 특권층 시대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시대로, 제왕적 권력문화에서 민주적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민주당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철기자 minch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