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는 거대 조직이다. 현 정부 들어 산업자원부의 통상기능을 흡수, 통상교섭본부까지 뒀다. 직원수도 웬만한 부처의 2∼3배인 1천5백여명이다. 재외공관(대사관 대표부 총영사관 포함)만도 1백25개다. 그래서 고위직이 유난히 많다. 통상교섭본부장은 대외적으론 장관 기능을 하고 있다. 한 부처에 장관이 두 명이 있는 셈이다. 조직이 크고 고위간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부처의 중요도가 높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지만 외무공무원들의 '엘리트 의식'은 여전하다. 우리나라 외교의 사령탑인 최성홍 장관은 여러 가지 별칭을 갖고 있다. 영어에 능통한데다 셰익스피어 문학에 조예가 깊어 외교가에선 '영국 신사' '셰익스피어 선생님'으로 통한다. 차관보 시절인 지난 1998년 한국.호주 고위정책협의회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에 나오는 문구들을 적절하게 인용해 호주 외교관들이 받아적은 후 "어느 책에 나오는 얘기냐"라고 물을 정도였다. 최 장관은 또 김대중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의 바로 옆 섬인 안좌도 출신이어서 현 정부 들어 '성골 외교관'으로 불렸다. 최 장관은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지만 소신도 강한 편이다. 지난 2월 장관취임 직후 차관보와 주요 지역국 심의관 보직인사에서 외교부내 '주류 인맥'이 아닌 사람을 발탁, 외교부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최 장관은 우리 외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 근무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을 놓고 미국 일본을 상대로 무난한 외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은 '타고난 협상가'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79년 경제기획원에서 상공부로 옮긴 후 주로 통상협상 업무를 담당해 오면서 수많은 협상에 참여했다. 80년대에는 미국의 파상적인 통상압력을 막아내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중국산 마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 가드) 연장 문제를 수습하는 일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의 통상현안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항경 차관은 '관계 최고의 마당발'로 불린다. 선이 굵어 지휘관 스타일이란 평을 듣고 있다. 친분을 유지하는 정치인이 많아 차관 발탁땐 정치적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캐나다 대사 시절엔 장 크레티앵 총리가 직접 대사관저로 찾아와 저녁을 함께 할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나다. 지난 70년에 특채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외교부 차관보는 주로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실무외교 라인을 지휘한다. 4자회담과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그룹회의(TCOG)의 한국측 대표도 맡고 있다. 이태식 차관보는 요즘 북.미간의 관계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눈코뜰새 없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이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일엔 추호의 양보도 없다는 평을 듣는다. 통상교섭본부 탄생의 산파역도 했다. 통상교섭조정관은 현정부 들어 신설됐다. 그 전에는 외교부 제2차관보가 통상문제를 담당했다. 이름이 바뀌면서 그 역할도 늘어났다. 김광동 조정관은 통상교섭본부장의 지휘를 받아 다자통상국, 지역통상국, 국제경제국을 관할한다. 다른 부처와 통상 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각국과의 경제공동위원회 수석대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고위관리회의 대표도 맡아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출장으로 보내야할 만큼 바쁘다. 조상훈 기획관리실장은 체구가 작지만 포용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Little Big Man'으로 불린다. 주사로 외교부에 근무하면서 외무고시에 합격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외교부내 핵심부서는 북미국과 아시아태평양국으로 꼽힌다. 북미국은 미국과 캐나다를 담당하는 부서다. 그러나 현재는 '북한과 미국'의 약어라고 할 정도로 북.미 관계가 업무의 핵심이다. 심윤조 북미국장은 외교부내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주로 미국 일본 관련 주요직책을 맡았다. 지난 7월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다 외교부로 '컴백'했다. 아태국은 한국의 전통적인 외교 라이벌이자 이웃인 일본을 관할하고 있는데다 지난 92년 중국과의 수교 후 핵심부서로 떠올랐다. 일본과 중국을 관할하고 있어 2개의 국으로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신정승 국장은 중국전문가답게 최근 우후죽순격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중국내 탈북자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일수교협상이 벌어질 예정이어서 한층 바빠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