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를 수석대표로 하는 미국측 방북대표단이 3일 오전 오산공군기지를 통해 특별군용기편으로 방북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관계자 등 8명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은 이날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개척한 서해직항로를 이용했다. 미국인의 서해직항로 이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9년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특사자격 방북시 북한은 서해주변군기지에서 우발적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이유로 동해루트를 이용할 것을 요청해미 대표단은 당시 일본 요코다 기지로 되돌아간 뒤 동해를 통과해 입북했다. 미 대표단은 이날 오후부터 북측과의 접촉에 나서 북미현안에 대한 본격적인 탐색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주한미대사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수명의 실무 사전준비단이 판문점을 통해 이미 방북, 회담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북측과 실무협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대표단은 5일까지 머물며 북측과 회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워싱턴으로부터 회담진행 상황에 따른 별도의 훈령을 받을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담이 본격적 협상의 장이라기 보다는 탐색전 차원임을 시사했다. 대표단은 또 보안상의 문제로 평양 체제기간에는 본국이나 우리측에 별도의 회담진행 상황을 전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미 특사의 방북에는 북미간 합의에 따라 내외신 기자들이 전혀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북 및 북미회담의 구체적인 결과는 5일 켈리 특사가 한국에 도착한 뒤에나 확인될 전망이다. 북측은 이날 미 대표단이 방북하기 직전까지도 켈리 특사를 상대할 북측 수석대표나 평양 체류기간의 상세 일정 등에 대해 미국측에 통보하거나 확인해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희망한 것은 있지만 북측의 답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대표단은 강석주(姜錫柱)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켈리 특사의 카운터파트가 될 것으로 보고 준비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우리 정부는 켈리 특사가 북한에 도착한 이후 북한 보도를 체크하는 등 회담진행상황을 주시하면서 이번 방북의 성과를 기대했다.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 등 관련부처 직원들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사무실로 출근해 북미회담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한 당국자는 "이번 방북이 성공적 결실을 보기를 기대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면서 "모든 관건은 북한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부시 행정부 출범 후 21개월만의 대화재개를 앞두고 동맹국과의 의견조율 차원에서 1일 일본에 들른 미국 대표단은 방북직전인 2일 오후 2시께 특별군용기 편으로 오산기지에 도착했다. 미 대표단은 이어 주한미대사관에 들러 토머스 허바드 미 대사와 방북준비상황을 점검한 뒤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및 임성준(任晟準) 외교안보수석을 잇따라 만났다. 미 대표단은 이어 저녁 시내 호텔에서 이태식(李泰植) 외교부 차관보, 심윤조(沈允肇) 북미국장 등 우리측 외교당국자들과 늦은 시간까지 만찬을 함께하며 방북에 앞선 후속협의를 이어갔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