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마침내 돛을 올리고 80일간의 대장정에 나섰다. 당내 숱한 갈등과 반목의 와중에서 대선 80일을 남겨놓고 출범한 '노무현호'는 현역의원 53명이 선대위의 실질적 구성에 참여하는 등 일단 힘찬 출발의 모양새를 갖췄다.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외에 조순형(趙舜衡) 정동영(鄭東泳)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추대했고, 상임고문단 6명에 김상현(金相賢) 김원기(金元基) 고문 및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 이종찬(李鍾贊) 전 국정원장 등을 참여시켰다. 53명에서 제외되는 당연직이긴 하지만 선대위 상임위원에 이인제(李仁濟) 박상천(朴相千) 정균환(鄭均桓) 김영배(金令培) 최명헌(崔明憲) 의원 등 반노.비노 진영핵심중진들의 명단도 들어있다. 이들 외에 선대위의 실무적 역할을 담당할 선대본부장과 상임.특별위원장에 일부 비노.중도파 의원들까지 합류하게 된 데는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노 후보 지지입장 표명이 큰 힘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배기운 전갑길 고진부 김화중 정철기 의원 등 한 대표계 의원들이 이번 선대위에 참여했고, 배기선 의원 등 일부 인사들은 향후 대선상황실 등 후속기구에 편입될것으로 알려졌다. 중도파인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이 이날 출범식 내내 자리를 지킨 것이나 비노 진영에 섰던 박양수(朴洋洙) 의원 등이 "선대위가 출범한 이상 당 후보를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고 말하는 등 선대위 출범을 전후한 의원들의 태도 변화도 감지되고있다. 정대철(鄭大哲) 선대위원장은 "선대위 출범을 계기로 당 내분도 진정되고 화합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고, 이해찬(李海瓚) 기획본부장은 "과거 김대중(金大中) 총재의 당에서도 반대파와 비판자는 있었다"면서 "선대위가 출범했으니 이런저런 문제는 본격적인 대선 장정의 곁가지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비노.반노 진영은 선대위 참여를 거부하면서 내달 4일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를 구성키로 하는 등 `노무현호'는 앞으로도 거센 파도와 바람을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여 아직 순항을 점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출범당일 반노파인 송석찬(宋錫贊) 의원은 "대선에서 패할게 뻔한데 선대위를출범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고 말했고 이희규(李熙圭) 의원은 "거기는 거기대로가고, 우리는 우리대로 가는 것이다. 출범식을 의원 절반이 모인 가운데 해버렸으니까 당장 김영배 고문 등 중도파들이 따로 갈 수 있는 명분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향후 대선전략을 놓고서도 친노 진영내에서 일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노 후보의 개혁컬러 덧칠을 위한 유시민 개혁신당과의 통합을 둘러싸고, 정대철위원장은 "그분들 규합하고 신당화하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지만, 한 대표는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 등 일부 중도파 의원들이 일단 노 후보의 선대위에 힘을 실어 주면서도여전히 정몽준(鄭夢準) 의원과의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노 후보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 연설에서 "12월19일 승리의 항구에 닻을 내릴때까지저는 국민과 당원이 뽑은 민주호의 선장으로서 분명한 철학과 원칙으로 국민과 함께파도를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실의 파고를 인정하면서도 민주당 적통 후보로서 `끝까지 갈 것'임을 선언한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