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29일 아시안게임 북한 선수촌 방문계획이 북측의 거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 후보측은 선수촌 관계자들을 통해 수차례 북한 방문일 선수단장에게 방문의사를 타진했으나 북측은 29일 오전 선수들의 훈련참가를 이유로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통보해왔다. 한나라당은 왕상은 아시안게임 선수촌장을 통해 이 후보의 방문시간을 조정할수 있다는 입장까지 전달하는 등 북한선수촌 방문을 강하게 추진했으나 방 단장은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그동안 이 후보가 대북정책에서 상호주의를 강조해온데다 최근 한나라당이 4억달러 대북 비밀지원설을 제기한 데 대한 북측의 심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관측이 나돌았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북한 선수단도 (여건이) 되면 봤으면 했는데 북쪽 사정이어려운 것같다"면서 "아시안게임은 정치적 행사가 아니라 14억 아시아인의 화합과전진을 위한 행사가 아니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북측 사정으로 방문이 어렵다면 어떤 누가 오더라도 똑같이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왕 촌장의 설명에 "신경쓰지 말라"면서도 인공기가 내걸린 114동 북한 선수촌앞을 지나가며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 후보는 대신 아시안게임 프레스센터내 KRT라고 적힌 북한 조선중앙방송 부스를 예고없이 방문, 북한 보도진들을 격려했다. 프레스센터 안전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탤런트 정동남씨의 안내를 받아 북측관계자 6명과 악수를 나눈 이 후보는 "먼길 수고 많았습니다.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라고 말을 건넨 뒤 "보도 잘 좀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북측 관계자들은 이에 "예"라고 답했으나 이 후보의 느닷없는 방문에 굳은 표정을 지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북한 선수촌 방문 무산에 대해 "북한 선수단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한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고 통일에도 기여한다는 입장"이라며"그런 의미에서 격려하려 했는데 이뤄지지 않아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용범(李鎔範) 부대변인은 "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충성부대를동원해 `대북 비밀지원설'을 유포해 잔치분위기를 망쳐놓은 이 후보가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겠다고 나선 것은 뻔뻔한 이중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