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무소속 정몽준 의원 간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4일 추석 이후의 민심이 민주당 노무현 후보보다 정몽준 의원쪽으로 옮겨졌다고 판단,정 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이에 정 의원은 "인신비방에 대해 일일이 답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한나라당 공격논리를 정면 반박했다. ◆청와대 배후의혹 제기=서청원 대표는 이날 선거대책회의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서서히 정몽준 의원으로 바뀌는 듯하지만 돈으로 대통령을 살 수 없다"며 "청와대를 배후로 본격적인 후보바꾸기 공작이 진행되는 만큼 이제 그동안 검증되지 않았던 후보를 검증할 때가 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영일 총장은 "민주당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회창 후보는 특권층을 대변하고 노무현 후보는 서민을 대변하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했지만 이제와서 특권층 가운데 특권층인 정몽준을 지지하게 된 이유가 뭐냐"며 "민주당 지지자들은 국가발전이나 정의보다 특정인의 당선을 거부하는 막무가내식 배타주의에 몰입해선 안된다"고 가세했다. 이규택 총무는 △정 의원의 1천7백억원대 재산형성 과정에서의 증여세·소득세 탈루의혹 △한라중공업 인수과정에서의 정경유착 여부 △현대중공업 노동자 테러 총지휘 의혹 △현대계열사 임직원들의 'MJ후원회'강제가입 여부 등 '4대 의혹'을 제시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 총무는 이어 "재벌공화국을 꿈꾼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정 의원은 전재산을 매각해 자선단체에 기증하라"고 주문했다. 남경필 대변인도 '노·정'간 경쟁을 '왕자의 난'에 비유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둘째 양자'로 입양된 정 의원이 '첫째 양자'인 노무현 후보를 밀어내려 하지만 누가 승리하건 DJ의 정치적 계승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반격 나선 정 의원=정몽준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월드컵을 전후로 한 청와대의 배후지원 의혹과 관련,"한나라당은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팀이 선전하기를 바랐는지,아니면 빨리 지기를 바랐는지 의문"이라고 역공을 폈다. 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개막 경기에서 스페인에 3-0으로 지자 당시 올림픽으로 국감이 주목받지 못할것을 우려한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좋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정 의원은 또 현대중공업 노조 테러기획 의혹제기와 관련,"당시 국회 노동위의 노무현 이해찬 이인제 의원 등에게 경위를 잘 설명했고 법정에서도 회사와 관계 없다는 것은 다 인정한 일"이라고 상기시킨 뒤 "오히려 정치인들이 노사관계의 안정과 원칙 확립에 부담을 준 적이 없는지 한나라당은 자문자답해야 할 것"이라고 따졌다. 그는 이어 김만제 의원이 주장한 현대에 대한 정부의 34조원 지원설과 관련,"경제학자로서 잘 아시면서 부담감 느끼는 말씀을 하신 것 같다"며 "평소 절제하시는 분들이 정치를 하면 달라지는 것이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종호·김동욱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