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24일 신라호텔에 열린 고려대 최고위정보통신과정(ICP) 교우회 조찬 세미나에 참석,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과 능력을 제시했다. 정 의원은 강연에서 "대통령 후보는 우선 정치인으로서의 생존능력과 도덕성이 검증돼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위해선 위기 및 조직관리 능력, 국민통합 능력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어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경제, 군사, 외교적 위기에 대한 대처 능력을 갖추는 동시에 의사소통을 통해 방대한 정부조직과 군사외교를 최종 책임지고,국민의 에너지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번 대선이 지역감정 대결구도에서 해방된다면 그 자체가 선거혁명이자 정치혁명"이라며 "'대통령은 정당의 포로가 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말라'는 것이 현행 헌법의 취지인 만큼 초당파적 입장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이시대의 요구"라며 자신이 '국민통합'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정치 현실에 대해 "10년전 미 대선에서 걸프전으로 인기가 높았던 부시 전 대통령이 클린턴 후보에게 밀리자 '바보야. 이기려면 경제를 했어야지'라는 말이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정치를 했어야지'로 바꾸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우리 정치는 배신으로 시작해 배신으로 끝나는 현실이며 신뢰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기존 정당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정당은 사람을 키우는 조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초등학교에서도 선거로 반장을 뽑는데 우리 정치는 중앙당에서 사람을뽑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정활동은 낙제점이었다'는 한 참석자의 지적에 "15대 국회 본회의의 80%는 여야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닌 방탄국회 등을 목적으로 한 일방적인 소집이었으며,절름발이 국회였다"며 "국회를 공전시킨 여야 정당지도자를 '엎드려 뻗쳐'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한편 그는 지난 19일 TV토론에서 '교육평준화 해제'를 주장한데 이어 이날 강연에서는 "정당정치도 미국식으로 옮겨야 하지만 교육도 미국식으로 옮겨야 한다"며 "IMF 외환위기의 본질은 일본식 교육제도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강연에는 민주당 이정일(李正一) 의원, 이규정(李圭正) 황규선(黃圭宣) 구천서(具天書) 전 의원이 교우회원 자격으로 참석했으며, 이규정 전 의원은 강연직후 기자들을 만나 "10월 초순께 정몽준 의원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