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월 내부적인 경제개혁 조치에 이어 9월에는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하고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 양빈 어우야(歐亞) 그룹 회장을 초대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북한의 변화를 주도하는 중심세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 정책결정과정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들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재가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작년 10월 경제관리개선지침을 이야기하면서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과 유사한 '실리우선'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외국인이 특구의장관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다 북한의 개혁ㆍ개방과 관련된 실무적인 청사진은 국가계획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작성, 중국의 국가발전계획위원회나 과거 남한의 경제기획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러시아 방문은 물론이고 경제현장 시찰에도 빠짐없이 동행하고 있다. 과거 김 위원장의 경제시찰에 경제관련 당간부가 주로 동행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변화하는 국가계획위원회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특히 국가계획위원회는 산하에 '국가가격제정국'을 두고 북한내 물가를 통제해경제흐름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다 23일에는 양빈 어우화 그룹 회장과 북한의 '신의주 특별행정구 개발운영 기본합의서 체결'에도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함으로써 개방프로그램에 이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최근 남북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물론이고 각종 대북지원사업 등에도 국가계획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경협위 북측 단장인 박창련 국가계획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순수경제관료"라며 "남북간 국책경협사업에도 북한의 국가계획위원회가 주도적 역할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적극적인 의지와 국가계획위원회의 실무적 뒷받침과 함께 무역상, 경공업상, 재정상, 농업상 등 2000년 말부터 젊은층으로 교체된 경제관료들도북한 경제에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술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은 경제개혁 실시 이후 일본을 방문 경제개선조치가 2년전부터 착실히 준비돼 온 것으로 밝혀 경제관료의 교체가 북한의 경제개혁조치의 전단계었음을 확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