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북에 두고 온 가족이랑 함께 꼭 추석을 맞이하고 싶어요" 전쟁 때문에 생이별한 지 반세기가 지난 끝에 북한에 두고 가족과 혈육의 정을나누고 돌아온 남측 이산가족들은 전날 금강산을 떠나 헤어진 지 하루도 안된 19일 아직 상봉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듯 북의 가족들 모습이 아련히 눈앞을 가렸다. 이산가족들은 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도 앞으로 언제 또 부모와 피붙이 형제자매를 만날 수 있을까 걱정하며 한숨만 내쉬면서도 하나같이 남북이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추석과 설 등 즐거운 명절 때마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모여 정을 나눌수 있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길 손꼽아 고대했다. 황해도 수안군 월례면이 고향인 김성호(82)씨는 금강산에서 제5차 북측 이산가족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혼자 두고온 여동생(76)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옛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길이 없어 너무 어색했지만 단지 이름 하나만 가지고여동생을 만났는 것 같고 50년 한많은 세월을 풀어내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생활이 어려운 듯 달러가 없냐고 계속 물어보던 여동생이 눈에 밟힌다"고 말끝을 흐렸다. 김씨는 "경의선.동해선도 연결한다는데 빨리 남북이 하나로 합쳐 반세기 이별의한을 품고 있는 이산가족과 실향민 등에게 내년에라도 당장 고향에서 한번 추석 명절 지내볼 수 있도록 해줬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산가족 방문을 준비하면서 북한에 남아있던 남편이 사망한 사실을 알게됐지만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직접 북한에 가서 남편의 생사여부를 확인하고 싶어방문했다는 김순덕(79.여)씨. 김씨는 "추석이나 설이나 되면 항상 제사를 지내왔었는데 결국 10년여전에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번에 금강산 가서 큰집 남매 조카 2명을 만났는데 눈물만 나더라"고 한숨만 지었다. 1.4후퇴 때 친척 장례식 때문에 혼자 남고 자신만 달랑 네살짜리 아들을 업고피난을 나서면서 이산가족 신세가 됐다는 김씨는 "우리 형제 6남매중 남동생이 아직북한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집안잔치가 있을 때마다 혼자 남겨둔 동생이 그리웠는데 언제 한번 같이 추석 명절을 지낼 수나 있을 지 생각만 하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남궁복(70)씨도 "이번 방문으로 북에 계시던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실을 알게 돼 겨우 남동생만 만날 수 있었다"며 "금방 헤어지고는 더이상 만날 수 없게 되는 신세가 한탄스러웠다"고 전했다. 남씨는 "그동안 부모님의 생존을 몰라 제사를 지내지 못했는데 이번 추석때부터는 내가 직접 제시를 모실 작정"이라며 "같은 민족, 부모, 형제자매가 같이 살게 될날이 언제나 될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