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7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오는 10월중 양국간 국교정상화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000년 10월 이후 중단되어온 양국간 수교교섭은 만 2년만에 재개됨으로써양국관계 정상화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또 김정일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실험을 오는 2003년 이후에도 계속 유예(모라토리엄)하겠다고 밝혔으며,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2차례의 회담을 가진 뒤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4개항의'공동선언'에 합의, 서명했다. 공동선언에서 일본측은 과거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조선의 여러분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 속으로부터의 사과를 표명한다"고 밝혀 지난 95년의 무라야마 담화를 답습했다. 양국은 공동선언에서 과거사 처리방식과 관련, 1945년 8월15일 이전의 재산청구권을 상호 포기하고 일본이 국교정상화 이후 무상자금협력, 저금리 장기차관 공여, 국제기관을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 경제협력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또 양국은 납치라는 표현을 피하는 대신에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현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일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는) 참으로 불행하고 유감스런일로서 솔직히 사과하고 싶다"며 "관계자는 처벌했으며, 앞으로 절대로 이런 일은 없을 것" 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7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북한 특수기관에는 영웅주의, 망동주의가 있었고 이는 대립에서 빚어진 결과였다"면서 "납치사건은 특수기관원들의 일본어 교육과 남한 잠입을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북한측은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주장해 온 11명의 납치피해자 가운데 4명이 생존해 있고, 6명은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또 북한은 일본측이 요구하지 않은 일본인 행방불명자 1명이 살아있고, 2명이 사망했다고 추가로 알려줬다. 이로써 이날 확인된 일본인 행방불명자는 사망 8명, 생존 5명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괴선박 문제에 대해 `군부 일부가 한 것이며, 앞으로 조사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미 미국과의 대화창구를 열어 놓고 있으며, 이를 미국에 전해달라"고 고이즈미 총리에게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