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이 주장해 온 11명의 납치피해자가운데 4명은 살아있고 이은혜씨등 6명은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사망자들 가운데 주목되는 인물은 지난 87년 KAL기 폭파사건과 관련된 김현희씨의 일본어 여교사인 `이은혜'. KAL기 폭파범 김현희씨는 지난 91년 5월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서 자신의 일본인화 교육을 담당했던 이은혜라는 여인이 일본에서 납치된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씨이며 `끌려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일본 공안당국은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이은혜씨가 78년 실종된 야에코씨와 동일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은혜씨는 도쿄 도사미가에 당시 3살난 아들과 1살된 딸과 함께 카바레의 호스티스로 생활하다 78년 6월 젊은 남자와 함께 차를 타고 신주쿠의 베이비호텔에 두 자녀를 2∼3일 맡겨둔다고 말하고 떠난 이후 행방불명됐다. 당시 일본 공안당국은 이은혜씨 납치사건이 발생했던 당시인 78년 6∼7월 사이니가타현 사도시마 앞바다에 북한의 특수공작선으로 보이는 선박이 항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혀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91년 5월 제3차 북일 수교회담 때 이은혜 사건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이듬해 11월 제8차 회담이 중단되는 사태가 초래됐다. 그러나 북측은 최근까지 이은혜씨를 `날조된 인물'로 주장해 왔다. 이런 점에서 KAL기 폭파사건을 `남측 당국의 정치적 모략'으로 주장해 왔던 북한이 결국 이은혜씨 사망사실을 인정함으로써 KAL기 폭파사건을 시인한 셈이다. KAL기 폭파사건 이듬해 미국이 북측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는 점에서 향후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 나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