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7일 새벽 5시 북측의 금강산여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12월초부터 동해선 임시도로 차량통행에 전격합의하는 쾌거를 올렸다. 남북 대표단이 13일 오후 7시 금강산여관 환영만찬장에서 처음 마주 앉은후 일정을 이틀이나 연장, 82시간 마라톤 협상끝에 도달한 성과라 의미가 크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간 철도. 도로연결을 위한 기본사항에 합의함으로써 육로를 통한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 남북교류 주요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강원도 일대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회담기간 남측 대표단이 현대아산 직원용 컨테이너 숙소에 머물고 통신장비가 두절돼 북측대표단은 합의서를 들고 전화가 연결되는 통천까지 왕복하는 등 해프닝도 속출했다. 남측 대표단 역시 남측 방송사의 위성장비를 이용해 서울로 회담상황을 보고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통신두절 = 남북은 10일부터 3일동안 열린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당국간 회담 마지막 날 오전 9시 20분부터 통신이 두절돼 막판 합의를 위한 정부의 훈령을 못받는 사태가 빚어졌다. 대표단은 급한김에 남측 방송사 위성장비를 이용해 서울로 회담상황을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13일부터 개최된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실무협의회 역시 마지막날에도 '통신장애' 벽을 넘지 못했다. 회담을 일정을 연장한 대표단은 16일 오후 3시 15분부터 4시까지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합의점에 도달했으나 갑자기 통신이 두절됐다. 따라서 대표단은 합의내용을 상부에 보고조차 할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북측 대표단은 8시 10분께 우리측 제시안을 들고 전화가 연결되는 2시간 거리의 강원도 통천까지 부랴부랴 차량으로 왕복했다. 결국 양측은 17일 오전 4시 20분 최종결과를 들고 금강산 여관에 마련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열악한 숙소 = 제5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로 인해 해금강호텔과 설봉호가 만원을 이루자 남측 대표단은 온정리 입구 현대 아산 직원용 컨테이너박스에 여장을풀었다. 환영만찬장과 회담장으로 사용된 금강산여관의 사정은 더욱 열악했다. 14일 오후 8시 30분께 예고없이 정전사태가 빚어져 12층 연회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동만찬이 20여분간 지연됐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남측 대표단은 캄캄한 계단을 걸어올라가 연회장에 도달했다. 거기다 13일부터 제5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여관에서 동시에 열려 철도.도로연결 실무협의회와 이산가족상봉 두팀의 상황실과 기자실이 같은 방에 설치돼 혼선을 초래했다. ◆심각한 태풍피해 = 9월초 금강산일대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장전항에서 금강산 여관으로 진입하는 관광도로가 곳곳에서 유실됐다. 중간다리도 파손돼 차량통행이 불가능해지자 다리아래 하천을 메워 임시도로로 사용했다. 금강산여관 인근 김정숙 휴양소 운동장은 수마에 담장이 모두 휩쓸려가고 축구골대가 휘는 등 태풍피해가 심각했다. 이로 인해 온정각에 근무하는 현대아산 직원들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금강산여관 입구 도로와 담장 보수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