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청와대는 10일 김석수(金碩洙)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세번째 총리서리'로 인선하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지난 '7.11 개각'으로 총리서리에 임명됐던 장 상(張 裳) 전 서리에 이어 8월 9일 서리에 임명된 장대환(張大煥) 전 서리가 모두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지 못한 채 도중하차한 상황에서 적임자를 찾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0...새 총리서리 임명과정에서의 1차적인 산고는 성직자 못지 않게 높은 도덕적 자격을 요구하고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을 통과할 만한 `흠결없는 인사'를 찾는 일이었다. 장 상, 장대환 전 서리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확인됐듯이 국정수행보다는 병역, 학력, 재산형성 과정 등 도덕성 측면에서 `하자'가 드러날 경우 중도하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전직 총리, 전.현직 부총리 및 장관,법조계, 학계, 경제계 등의 명망가, 시민단체 대표 등 광범위한 `후보감'을 대상으로 철저한 검증작업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당수 인사들이 스크린 과정에서 병역. 재산증식, 세금납부, 직계 존비속의 국적 문제 등에서 `결격사유'가 드러나 낙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0...김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같은 인선의 어려움 속에서 국정수행 능력과 함께 도덕성을 주요한 인선기준으로 삼아 후보자들을 압축해 나갔으며, 김 대통령은 지난주말 김석수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총리서리로 임명하기로 결심, 의사타진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비서실장은 "과거의 관행과 현재의 변화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총리로서의 도덕성과 국정수행능력을 고려해 임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김 총리서리를 임명키로 마음을 굳힌뒤 비서실에 철저한 2차 검증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민정수석실은 사전에 스크린한 자료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검증작업을 펼쳤으며, 특히 박 실장은 직.간접적으로 김 신임서리와 접촉하는 등 검증작업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검증과정에서 김 신임서리의 장남이 지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았고, 김 서리가 삼성전자 이사로 재임중인 점 등 몇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었으나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김 총리서리는 청와대측으로부터 총리서리를 제의받고 처음에는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은 "어제 오전 김 총리서리를 찾아뵙고 대통령의 간곡한 말씀을 전해 드렸다"면서 "김 서리는 완곡하게 고사하시다 결국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한 뒤 수락했다"고 밝혔다. 0...청와대측은 이번 총리서리 인선과정에서 "김석수 신임 서리 이외에는 어떤 분에게도 총리서리를 제의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부 인사들에게는 의사타진 수준의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건에 부합하는 일부 인사들이 ▲16대 대선까지 불과 100일밖에 남지않은 상황에서 '시한부 총리'에 머물수밖에 없는 점 ▲까다로운 청문회장에 서야하는 부담 등을 이유로 고사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최근 "검증결과 하자가 없는 분도 상당수 있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임기에다 까다로운 청문회에 서지 않겠다며 고사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한바 있다. 이 때문에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장 상, 장대환 전 서리에 이어 '3번째 서리'를 임명하기 까지 무려 50여명의 인사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여야만 했다는 후문이다. 0...이번 김 총리서리 임명과정에서도 어떤 인사가 검토대상에 올랐는지 조차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막판까지 철저한 보안이 이뤄졌다. 박지원 실장은 9일 자정 무렵까지 비서실장 공관에 귀가하지 않은 채 시내 모처에 머물러 있었으며, 다른 고위관계자도 한결같이 "나는 전혀 모른다"고 함구했다. 이와 관련, 박 실장은 10일 후임 총리서리 발표를 한뒤 "취재에 충분히 응해 주지 못한 점을 양해해 달라"며 "나도 어젯밤 혹시 언론에 샐까봐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