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0일 김석수(金碩洙)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총리에 지명한 것은 장기간의 '총리부재'에 따른 행정공백을 시급히 해소하고 남은 임기동안 차질없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김 대통령은 장 상(張 裳), 장대환(張大煥) 전 서리가 잇따라 국회의임명동의를 받지 못함에 따라 지난 `7.11 개각' 이후 두달동안 총리를 임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 행정능력과 함께 경륜이 풍부한 김 전 선관위원장을 총리서리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신임 김석수 서리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연세대 법대를 졸업한뒤 지난 58년 고시 사법과 10회로 법조계에 입문, 수원지법 인천지원장, 서울지법 남부지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 중앙선관위 위원장,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장을 거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석수 총리서리는 63년 판사에임용된 이후 40년을 법조인의 길을 걸어온 분으로, 91년 국회의 대법관 임명 동의시에는 역대 최고의 지지를 얻은 청렴한 법조인"이라고 말해 발탁과정에서 임명동의 문제에 가장 큰 신경을 썼음을 시사했다. 박 실장은 또 "김 총리서리는 대법원 공직자 윤리위원장을 거쳐 현재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오면서 공직사회의 도덕성을 높이는데도 압장서 왔다"며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반드시 인준되도록 많은 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신임 김 총리서리에 대한 검증과정에서 장남이 지병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과본인이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점 등 몇가지 사항이 걸림돌로 작용하기도했으나 검증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났으며, 재산형성 문제 등에 있어서도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특히 김 서리가 법조계 요직을 두루 거친 `중량급 인사'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주변에선 지난주부터 장 상, 장대환 전 서리가 각각 여성, 50대 인사라는 점을 들어 이번에는 `참신하거나 파격적인 인사' 보단 경륜이 있는 명망가형 인사가 총리서리로 발탁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이와 함께 정치적 색채가 거의 없는 김 서리를 지명한 것은 내각의 정치적 중립성격을 강화하고 오는 12월 대선을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의지가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서리는 지난 93년 10월부터 97년 1월까지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15대 총선 등 각종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지원 실장도 "김 신임 서리가 내각의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등 국민의 정부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 서리가 70세로 경륜이 풍부한데다 출신지역이 영남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총리서리가 국회의 임명동의 관문을 무난히 통과해 김 대통령의 남은인기 동안 내각을 지휘하는 사령탑에 오를 지는 미지수다. 청와대는 철통같은 보안을 지키면서도 발표전 각 정당 대표들에게 김 총리서리임명사실을 사전에 통보하는 등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취해관심을 모았다. 김 총리서리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 정식으로 총리에 취임할 경우 `김석수내각'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대선의 공정관리라는 중립내각의 성격을 지니면서 아시안게임 성공적 개최 등 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보좌하는 `관리형 내각'`마무리형 내각'을 지향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