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표기'를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이 10년동안 벌여온 외교전이 막후 외교로 결판나게 됐다. 국제수로기구(IHO)의 `해양의 경계' 제4차 개정판 발간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국제회의인 제8차 베를린 유엔지명표준화회의(UN CSGN)가 7일 폐막됐다. 지난 달 26일부터 열린 이번 회의에서 한일 양국은 표기문제와 관련한 기존의 입장을 각국 대표들에게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 남북한 전문가들은 회의 기간에 수시로 접촉하며 공동으로 보조를 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대표단은 한일 양국 사이의 바다는 역사적으로 동해나 동양해, 한국해 등으로 표기되어온 사례가 훨씬 많으며 시대적으로 앞서있음을 설명했다. 특히 1977년CSGN 아테네 회의에서 정한 원칙에 따라 동해와 일본해를 나란히 쓰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명칭을 당분간 공란으로 남겨두자는 IHO 개정안은 현실을 감안한 최소한의 합리적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본측은 19세기부터 일본해라는 명칭이 사용돼 왔으며, 한국이 1992년에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명칭을 변경, 병기, 삭제할 경우 혼란이 초래된다고 주장하면서 변경 논의 자체를 중단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북한 대표단은 일본 고지도까지 동해나 조선해로 표기된 사례들을 들며 Sea of Korea로 하거나 양측 명칭 병기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대표단도 한국과 북한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1991년 이후 열린 첫 CSGN회의 때부터 일본해 표기의 부당성을 줄곧 지적해 왔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주장이 계속 맞서자 의장은 "남북한과 일본 3개국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기울인 후 다시 보고하라"고 요구해 유엔 CSGN이라는 공개무대의 논쟁을 일단락지었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은 69개 IHO 회원국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지지를 부탁하는 막바지 무대 뒤 외교전에 승부를 걸게 됐다. IHO는 한일사이 바다 이름을 공란으로 남기자는 개정안에 대해 회원국들에게 찬반을 묻는 투표를 오는 11월 말까지 진행해 그 결과를 따라 내년에 개정판을 출간한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