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신당 논의를 둘러싼 친노(親盧)-반노(反盧) 진영간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 반노측은 6일 노무현(盧武鉉) 후보 즉각 사퇴 공세의 수위를 높이면서 소속의원들을 상대로한 서명작업에 착수했고, 노 후보측은 되도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추석전 선대위 구성을 위한 물밑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 중진의원들은 이날 오찬 모임을 갖고 당의 단합과 결속을 강조하면서 신당추진위가 신당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로 해 주목된다. ◇반노측 = 송석찬(宋錫贊) 의원 등 반노파들은 이날 노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작업에 착수했다. 송 의원과 송영진(宋榮珍) 김명섭(金明燮) 이희규(李熙圭) 의원 등이 공동 작성한 서명문안은 "정당의 존립목적은 국민적 동의를 통한 정권획득이며 개혁지속을 위해서는 정권재창출이 시대적 소명"이라면서 "신당창당은 기존세력들이 기득권을 깨끗이 포기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노 후보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문안은 이어 "국민적 열망과 전 당원들의 숙원인 정권재창출의 소명을 망각하고 무시함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노 후보와 지도부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 등은 의원들이 대거 참석하는 본회의장에서 서명을 받기로 해 친노측과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반노 진영의 핵심중 한명인 이근진(李根鎭) 의원은 "수재로 전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서명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고, 전날 강남 리츠칼튼 호텔에서 모임을 가진 비노(非盧) 성향의 비주류 의원들도 "노 후보의 즉각 사퇴에는 동감하지만 서명에는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등 서명작업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송 의원은 "숫자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의 의사를 국민과 당에 분명히 전한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비주류에 속하는 이윤수(李允洙) 의원은 "당의 다수 의견은 노 후보로는 안된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끝까지 당에 남아서 투쟁할 것이며, 당의 정체성면에서 노후보가 나가는 것이 도리"라고 노 후보를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노 후보측이 반노.비노 의원이 4-5명밖에 안된다느니 하면서 우리의 뜻을 무시하고 있는데 10일 대규모로 모여서 우리의 세를 보여줄 것"이라며 세과시에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중진모임 = 김영배 위원장 주재로 김상현(金相賢) 고문 당선 환영식을 겸해 열린 오찬 자리에서 당의 분열과 갈등을 우려하면서 당의 공식기구인 신당추진위의 활동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당내 3선급 이상 의원 1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오찬에서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인내심을 갖고 신당추진위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당과 정권재창출을 위해 혼연일체가 돼야 하는데도 신중치 못한 발언으로 당의 분란을 자극하고 있다"며 노 후보측과 반노측을 함께 겨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찬에서는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를 영입해 노 후보와 재경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 전 총리 영입은 당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후보 및 친노측 = 당 분열 심화를 의식해 반노와 비노, 중도 진영의 후보사퇴서명 움직임이나 통합수임기구 주장 등에 대한 공격적 대응을 삼간 채 당헌 96조를 들며 추석전후 선대위 구성을 우회적으로 강조, 정면돌파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동채(鄭東采) 후보비서실장은 "각 계파 주장에 대해 일일이 비판할 경우, 본질이 흐트러지고 감정싸움의 빌미만 제공하게 되므로 비판적 언급은 삼갈 것"이라면서도 "대한민국은 헌법에 의해, 당은 당헌에 의해 존재하는 것 아니냐"며 당헌 96조가 규정한 `선거기간 개시 2개월전 선대위 설치' 준수를 강조했다. 노 후보는 한 대표와의 회동에 앞서 `통합수임기구에 의한 당대당 통합론'에 대해 "요즘 그런 얘기는 안읽는다. 아무데서나 수임기구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냉소적으로 반응했고, `추석전에 선대위를 구성하느냐'는 물음엔 "잘 되겠죠"라고 말했다. 이어 회동에서 한 대표는 노 후보측이 선대위 구성시한을 못박는 게 당 분란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고, 이에 노 후보는 대선일정을 감안한 선대위 구성의 필요성을 원론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전날 있었던 김상현 김원기 정대철 김근태 정동영 의원 등 노 후보의 우호세력 모임을 계기로 11일 당무회의에서의 계파별 세대결 등에 대비, 개별 접촉 등을 강화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져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의원은 "8.8 재보선 이후 당이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가 신당론으로 봉합된 것인데 그탓에 8.8 전보다 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신당은 끝났으니 재창당으로 확실하게 U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정몽준 의원을 쳐다보다 안되니 이한동 의원을 쳐다보고...명분없는 짓"이라며 `이한동 차선론'을 비판한 뒤 "반노도 친노도 만날 것"이라고 세확장 행보를 예고했다. 특히 노 후보 진영은 주도세력 형성에 기반해 사태 추이를 관망하며 11일 당무회의에서 신당 논의의 재검토와 선대위 구성문제를 공론화하는 것도 검토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고형규 기자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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