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가 6일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을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키로 합의하자 대법원과 헌재는 당혹감과 함께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행정실무에 대해 직접 답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기관장을 굳이 증인으로 내세우려는 정치권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가운데 대법원은 아예 `유감'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나섰다.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대법원장의 증인채택이 한 번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외국에서도 이런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한 뒤 "관행이 존중돼야 마땅한데도 증인채택을 요구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라는 법원측의 공식입장을 밝혔다. 일선 판사들은 정치권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법원행정처의 한 판사는"아직 국회의 정확한 의도나 어떤 부분에 증언이 필요한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사법부 수장의 권위를 깨는 일종의 '길들이기' 차원이 아닌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국회법상 필요하다면 증인채택을 못할 것은 아니지만 담당 실무자를 통한 증언도 가능한데 굳이 사법부 수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3권분립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불만을 피력했다. 헌재측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했지만 내부반응은 대법원과 다르지 않았다. 헌재 박용상 사무처장은 사견임을 전제, "사법권 독립차원에서도 헌재소장에 대한 증인채택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헌재의 한 간부는 "국회가 사법기관들의 사법권 행사에 대해 잘잘못을 묻는다는 것은 3권분립이 형성된 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까지 사무차장만을 대상으로 해왔는데 갑작스레 소장을 증인으로 내세운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