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중국방문 이틀째인 3일 오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겸 당 총서기를 만나 한중 우호협력 증진방안 및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이 후보가 지난 97년 5월 신한국당 대표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래 5년만의 일. 이 후보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전략적 상호주의'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북한이 획기적인 경제개혁을 하려면 평화정착이 우선돼야 하고, 그래야 남한도 북한경제를 마음놓고 도울 수 있다"며 최근 내놓은 자신의 `평화정책 3원칙'을 역설함으로써 대북 강경 이미지 탈색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에 대해 장 주석은 "좋은 생각"이라며 "점차 실현되길 충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장 주석은 또 "최근 한국에 수해가 난 것을 들었으며, 이 후보가 (중국에) 오기전에 수해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을 알고 있다"며 한국의 태풍피해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다. 특히 이 후보가 "인도주의 입장에서 원치 않는 사람이 강제로 송환되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탈북자 문제를 언급했으나, 장 주석은 `중국공산당은 다수인민의 근본적 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등 자신의 `3개 대표론'을 설명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인민대회당 허베이팅(河北廳)에서 이뤄진 이날 면담은 당초 예정보다 짧은 35분가량 진행됐으며, 장 주석은 "지난 97년 방문했을 때 만난 것을 기억한다"고 인사했고, 이 후보는 "5년전보다 더 건강해지신 것 같다"며 화답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베이징(北京) 시내 한 호텔에서 리수정(李淑錚) 중국 국제협회 제1부회장(전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 장바이파(張百發) 전 베이징 시장 등지난 92년 한중수교 등에 기여한 중국측 `지한파'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후보는 "21세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한중간 동반자적 관계의 발전이 중요하다"며 "올해 (한국에) 대선이 있으므로 정치.사회적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며, 한반도는 동북아와 세계의 변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저녁엔 베이징 시내 한 음식점에서 다이빙궈(戴秉國)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면담한 뒤 다이빙궈 부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오전 이 후보는 만리장성을 관광하며 한국인 관광객들과 기념촬영을 했으며, 관리소 직원이 이곳을 찾은 각국 정상 300여명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을 선물한뒤 "이 사진첩에 실리길 바란다"고 말하자 밝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