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역면제에 대한 검찰수사가 2일로 한달을 맞는다. 검찰은 ▲정연씨 병적기록표 의문점 ▲김대업씨 녹음테이프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 ▲군검찰의 내사 여부 등 4대 쟁점 가운데 지금까지 병적기록표와 녹음테이프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집중해왔다. 검찰은 그동안 병적기록표의 사진과 철인 누락, 인적사항 오기(誤記), 필체 논란 등과 관련해 병무청과 구청, 동사무소 직원 등을 소환해 병적기록표 작성 경위를정밀 조사했다. 그 결과 병적기록표 최초 작성자로부터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는 진술을 확보했고 정연씨가 유학으로 다섯차례 입영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실무자 날인이 누락된 사실 등을 확인, 병적표의 위.변조 여부를 캐고 있다. 수사팀은 김대업씨로부터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 여사가 정연씨의 병역면제 청탁과 함께 돈을 건넸다는 김도술씨의 진술이 녹음됐다는 테이프 사본을 제출받아 분석작업을 벌였지만 테이프 육성이 김도술씨의 목소리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분명치 않자 테이프 원본을 다시 제출받아 성문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김대업씨가 테이프와 함께 제출한 녹취록에는 김도술씨가 한 여사로부터 2천만원 가량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지만 테이프의 음질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 성문분석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내부적으로는 지금까지 분석결과를 토대로 테이프 목소리의 주인공이 김도술씨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막바지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이와 함께 미국에 체류해오다 최근 종적을 감춘 김도술씨에 대한 직접조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김씨의 소재를 찾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거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검찰이 김도술씨의 신병을 안정적으로 확보,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거북이 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검찰수사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군검찰이 98∼99년 정연씨의 병역면제를 내사했는지, 관련 자료가 아직 존재하는지 여부도 검찰이 관심을 갖고 조사중인 대목이다. 군검찰이 정연씨 문제를 내사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내사사실 은폐에 대한 책임 및 자료폐기 등을 둘러싼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군검찰 수사에 참여했던 이명현 중령과 유관석 소령, 군검찰관 출신김현성 판사 등은 한결같이 내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반면 당시 검찰부장 고 석 대령은 이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이 중령과 유 소령을 소환, 조사한데 이어 이번 주에 고 대령을 불러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또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군검찰의 내사 관련 자료에 대한 협조를 거듭 요청해놓은 상태다. 대책회의는 수사가 가장 미진한 부분이지만 검찰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어차피 병역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이를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가열렸는지에 대한 본격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김대업씨가 "김길부 전 병무청장이 지난 1월 검찰조사를 받던 중`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K, J의원, 전태준 전 의무사령관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려 병적기록표 위.변조가 논의됐다'고 진술했다"며 상당히 구체적인 주장을펼침에 따라 김길부씨를 곧 소환, 대책회의 문제를 추궁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대선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민감한 정치적 사건인 만큼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확인을 거듭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어서 수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