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내달 17일 평양 정상회담은 `깜짝 쇼'가 아니라 1년간의 뜸들이기 기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 자신은 물론 정부 대변인격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이 직접 나서 `돌연 방북발표'라는 언론의 지적을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1년 전부터 수면하에서 북한 측과 대화를 해왔다"면서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 해결, 동북아 안전과 평화를 위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후쿠다 장관도 총리의 방북사실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1년 여전부터 베이징 등에서 비공식 접촉이 있어 왔다"고 말해 상당한 준비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NHK방송 심야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 "국교가 없는 나라(북한)와 외교경로를 통해서 지난 1년간에 걸쳐 수십차례의 접촉을 가졌다"며 "(국민에게) 그과정의 결과를 보고할 수가 없어서였지, 결코 돌연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후쿠다 장관은 "처음 접촉을 시작할 때 어떤 형태로 회담이 성사될지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해 북.일 정상회담을 처음부터 겨냥해 비공식 접촉을 진행해온 것은 아니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 침몰사건 등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던 정상회담 개최문제는 지난달 브루나이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외상과 백남순 외상간의 '공식회담'을 계기로 다시 탄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어 양국은 지난 18-19일 평양에서 적십자회담을 거쳐 결국 외무 국장급회담에서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를 보게 된 셈이다. 후쿠다 장관은 이와 관련, "북한이 우리가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해를 하고 있구나 하는 변화를 감지했다"고 말했다. 북.일 첫 정상회담을 어느 쪽이 선제의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다소 엇갈리고 있으나, 일본측이 지난 25-26일 평양에서 열린 북.일 외무성 국장급 협의에서 북한측에 제안했다고 보는 쪽이 우세하다. 일본측 대표로 참석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평양 도착 후인 24일 저녁 홍성남 총리를 예방해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런 제의에 대한 김 위원장의 회답은 26일 강석주 외교부 제1부상을 통해 일본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위원장은 "용기를 주는 메시지이며, 감사하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양국간 정상회담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경제개혁 등을 추진하는데 있어 일본의 지원이 필요했고, 일본은 교착상태에 있는 북.일 수교교섭의 돌파구 마련을 원하고 있는 시점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북.일 정상회담 개최사실은 지난 27-28일 미.일 차관급 전략협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을 통해 미국측에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