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 결정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방북을 통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총리의 회담이 미국 공화당 행정부의 대북강경정책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서동만(상지대 교수) =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은 북한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상호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대일 관계를 대미관계의 종속변수로 생각해왔으나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대미 관계 개선에 대한 압박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 러시아가 구상중인 경의선 철도 건설과 관련한 국제컨소시엄에 일본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현재 추진중인 경제개혁에 탄력을 넣으려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일본측은 고이즈미 내각이 현재 40%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는 등 개혁의 목소리가 비등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은 지난 72년 다나카 가쿠에이 전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국교정상화를이룬 상황과 비교된다.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뛰어넘느냐에 따라 북-일관계 개선 속도와 폭이 결정될 전망이다. ▲조명철(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과 일본 관계는 정치적으로 풀어야할 사안만 남았다. 양측은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무대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경제실리 획득에 국가역량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치적인 양보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측도 대북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방불명된 일본인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겠다는 북측의 메시지를 받고 결단을 내렸으며, 고이즈미 내각의 위상 제고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남북한 및 북-일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의 `불량국가' 이미지가 희석되고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은 더 이상 명분을 얻기 힘들 전망이다. 북-일관계 개선은 북-미관계 개선의 자극제가 될 수 있겠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뒤집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일단 한반도 주변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철도 연결 의지와 북-중 관계는 동북아 전체에 가져올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북한 방문은 남북간 철도 연결을 비롯한 동북아 경제협력의 활성화 환경을 마련하고 북일관계의 쟁점에 대한 타결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 방북은 미국 주도의 대북강경 국면에서 동북아 국가들간의 실질적 협력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미일안보동맹을 유지하면서 실제적으로 동북아 역학 변화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것이다. 따라서 북일간 급격한 관계개선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일본 입장에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대가 등은 공적개발원조(ODA) 등의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다. 또 북한의 철도공사에 필요한 국제컨소시엄 구성 등에 참여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일본이 나서줌으로써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협상에도 나름대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미국이 대화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이번 경협위에서 확인됐듯 남북관계도 이러한 화해 무드에서 잘 풀려갈 것이다. ▲김영춘(통일연구원 연구위원)=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이번 방문으로 북일관계가 반드시 일사천리로 풀린다고 할 수는 없다. 북일간 현안인일본인 납치의혹과 과거사 배상문제, 핵.미사일 등의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북한이 그동안 남북간, 북미간 각종 협상에서 문제 해결에 쉽게 응해주지 않았다는 전례도 문제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일단 만나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고이즈미 총리가 김정일위원장에게 회담 의사를 전했고 북한도 이를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총리의 방문이 북일 수교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내 여론 악화도 문제고 미국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집요하게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관만 하기 보다는 일단 북일간 회담을 지켜보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김귀근기자 sknkok@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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