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북한의 부산아시아게임 참가를 위해 개폐회식 동시입장 등 14개항의 합의문을 도출해냄에 따라 양측 관계가 새로운 전기를맞게 됐다. 남북간에는 90년 통일축구와 99년 통일농구, 91년 탁구 및 청소년축구 단일팀,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시 입장 등 체육교류가 있었지만 남측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북한이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는 것은 `획기적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북한 선수단 파견 뿐만아니라 성화 채화와 봉송에도 협력했고, 남북 선수단의 동시입장에는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서해교전으로 냉각됐던 남북관계가 살얼음 풀리듯 녹아들었다. 국내외 시선을 집중시킬 북한의 아시안게임 참가는 현재 진행중인 제2차 경제협력추진협의회와 다음달로 예정된 남북 통일축구, 금강산관광당국회담, 적십자 회담및 이산가족 교환방문 사업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남북이 공동 작성한 합의문 내용을 부문별로 살펴본다. ▲개.폐회식 동시 입장 동시입장에 적극적인 쪽은 북한이었다. 당초 남측은 주최국이라는 입장때문에 태극기와 인공기가 개별 입장하기를 희망했지만 오히려 북한이 동시입장을 줄기차게 요구해 성사되게 됐다. 이에따라 9월29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개회식에는 남북한 똑같은인원으로 단일복장을 하고 한반도기를 앞세우게 된다.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남북한이 각각 90명씩 손을 잡고 입장했으며 북한의 박정철유도 코치와 남한 농구대표 정은순이 공동 기수로 한반도기를 들었었다. 때문에 부산아시안게임 동시입장에서도 공동 기수로 누가 선정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남북한 선수들이 정겹게 손을 맞잡은 모습도 그려지고 있다. ▲성화 채화와 봉송 부산 아시안게임 성화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불길이 타오르게 됐다. 성화는 9월5일 백두산 장군봉과 한라산에서 나란히 채화된다. 백두산 성화는 다음날인 6일 금강산에서 부산 조직위에 전달되고 인계된 성화는설봉호를 타고 속초항으로 내려와 7일 판문점 통일동산에서 한라산 성화와 역사적인합화(合火) 행사를 가진 뒤 4천240㎞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9월29일 주경기장에 도착한 성화는 41개국에서 채화된 성화들과 일제히 합화식을 갖고 성화대에 안착될 예정이다. 채화가 남과 북에서 됐기 때문에 최종 봉송주자와 점화자 등에서 북측 인사가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공기 게양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남측은 당초 북한 선수단의 경기장내 인공기 게양과 국가연주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헌장에 따르기로 했지만 북한 응원단의 인공기 사용여부를 놓고 고심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전향적인 국민여론에 힘입어 인공기 사용을 `국제관례'에 따르기로 했다. 국제관례란 자국 응원단이 자국 국기를 자유롭게 흔드는 것이다. 단, 부산시민들로 구성될 `북한 서포터스'는 인공기가 아닌 한반도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북한 응원단을 실고 오는 만경봉호는 우리 영해로 진입하게 되면 인공기를 내리고 한반도기를 게양키로 했다. 하지만 한총련 등이 거리에서 인공기를 게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대회기간 실정법 위반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북한 선수단 북한은 축구와 핸드볼, 탁구,소프트볼, 복싱, 역도, 레슬링, 유도, 육상, 체조,다이빙, 조정, 카누, 사격,양궁, 골프 등 16개 종목에 선수와 임원 등 305명이 참가한다. 계순희(유도)와 리성희(역도) 등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들을 보유한 북한은 이번대회에서 최소 10개에서 최대 20개의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전 종목에서 선전한다면 90년 베이징대회이후 12년만에 종합 4위를 탈환할 수도 있다. 전세기를 타고 오는 북한 선수단의 이동 경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9월23일과 27일로 나눠 오게 된다. 조상남 조선올림픽위원회 서기장은 23일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응원단 응원단은 대부분 여성인 취주악대와 농악대 등 예술인으로 구성됐다. 비행기를 타고 오는 선수단과 달리 응원단은 9월28일 원산항에서 북측 선박인만경봉호를 타고 부산으로 곧장 온다. 대회기간에는 만경봉호를 숙소로 사용할 계획이고 경기장 응원과 문화행사 등에는 조직위가 제공한 전세버스를 이용한다. 북한 응원단의 참가 경비는 북측이 부담하지만 조직위는 체류기간 각종 편의를제공할 계획이다. ▲경비 북한 선수단의 참가 경비는 전적으로 조직위가 부담한다. 조직위는 OCA 참가국의 경우 30명(임원6, 선수 24)까지만 경비를 제공하지만 북한은 특수한 경제사정이 감안됐다. 또한 북한선수단에 한해서만 셔틀버스가 아닌 전세버스가 제공되고 국제전화 2회선과 북한 직통전화 10회선도 별도로 설치된다. 북한 선수단 참가에 따른 비용은 정부의 남북협력기금에서 조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