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4일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준비가 돼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양을 방문하고 있는 일본 외무성 대표단이 밝혔다. 일본 총리가 제3국을 통하지 않은 정부간 직접 채널을 통해 북한측에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메시지에서 지난 1970-80년대 북한으로 피랍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일본인 실종자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양측 외무성 국장급 회담을 위해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 국장은 이날 만수대 의사당에서 홍성남 북한 내각총리와 회동을 갖고 고이즈미 총리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홍 총리는 이 자리에서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반드시"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일본측 대표단 관계자가 전했다. 북한 권력서열 4위의 홍 총리가 일본 외무성 국장급 관리를 만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으로, 홍 총리는 지금까지 일본 관리들이 직접 대면한 최고위급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총리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통해 일본측과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메시지에서 "양국 사이에 놓여있는 현안들은 물론 관계정상화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룰 준비가 돼있다"면서 "북한 당국이 진지한 자세로회담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다나카 국장은 일본인 납치의혹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으며, 홍 총리는 일본의 전후 보상 등 과거 청산 문제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나카 국장이 이끄는 대표단은 25일부터 이틀간 평양에서 마철수 북한 외무성 아시아국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과 양측 외무성 국장급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일본인 피랍 의혹과 전후 보상 등 두가지 기본 현안을 비롯해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문제, 동중국해 괴선박 사건 등 양측 간의 껄끄러운 문제들을 광범위하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주초 일본 적십자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 북한측의 일본인 실종자사건 조사 담당자를 처음으로 면담하고 북한측이 현안 해결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는 등 북-일간 대화가 상당히 진척되는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회담 성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양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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