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23일 16대 대통령선거의 주요 후보로 부상한뒤 처음으로 조우했다. 이날 저녁 한.중 수교 10주년 경축 리셉션이 열린 시내 한 호텔에서 노 후보가 행사장을 빠져나오다 마침 행사장에 들어서려던 정 의원과 우연히 마주친 것.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이 "바쁘시죠"라고 말을 건네자 노 후보는 "언제 한번 뵈야할텐데..."라고 인사를 대신했다. 이어 정 의원이 노 후보의 정동채(鄭東采) 비서실장을 가리키며 "우리 실장 잘좀 봐달라"고 말하자 노 후보는 "(정 실장의) 신원조회를 다시 해봐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뒤늦게 나타난 민주당 김상현(金相賢) 상임고문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방하나 얻어줄테니 두 분이 담판을 짓고 나오라"고 분위기를 잡았으나 노 후보는 "그렇게 보면 얘기가 너무 가지가 많아질 것 같아서..."라고 말했고 이에 정 의원은 "한번 뵐게요"라면서 행사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에 앞서 도착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와 노 후보는 이 후보가행사장을 먼저 들렀다가 빠져 나가는 바람에 조우하지 못했다. 두 후보는 각각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박지원(朴智元)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만나 간단한 덕담을 주고받았다. 특히 박 실장은 두 후보에게 "도와달라"며 장대환 총리 인준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으나 이 후보는 "얼굴이 좋아지셨네"라고만 말했고 노 후보는 최근 한신문이 자신과 가까운 의원들이 인준안 부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전혀 모르는 얘기니까 오해말라"고 대답했다. 한편, 노 후보는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를 만나 "요즘 (남북관계가) 잘 풀려서 기분이 좋으시겠다. 계속 잘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에 임특보가 "잘 풀리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하자 "덕 좀 볼까 싶었는데 경우에 따라 선음모로 몰아붙이고 하니까 자칫 손해를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어쨌든 민족문제는 정치의 소재로 삼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저도 그런 생각을 접었다. 대신무조건 박수치겠다"고 `남북관계'의 진전을 희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