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시와 함안군 등 도내 주요 수해현장을 방문한 정부와 정당 고위관계자 등 이른바 '높은 분'들이 성난 수재민들에게잇단 수난을 겪었다. 경남지역에서 수해피해가 가장 심각한 김해시 한림면 수재민들은 20일 오전 수해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한림면사무소를 찾은 민주당 재해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을 상대로 거친 항의와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 주민은 19일 선포된 재해극심지역과 관련 `인재인지 자연재해인지도 구별못하는 정부는 각성하라' `재난앞에 무능한 정부는 자폭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민주당 대책위원들에게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되지 못한 이유를 따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특히 수재민들은 한림면사무소 50여m앞에서부터 이들 위원들이 타고온 승합차를 가로막고 "수해현장에 오는 사람들이 여유있게 차를 타고 온다"며 비난, 결국 면사무소까지 위원들을 걸어가도록 했다. 일부 수재민은 "매일 싸움이나 하는 국회의원들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듣기조차 민망한 욕설을 하며 위원들에게 돌아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앞서 지난 19일 오후에도 한림면 주민들은 이회창총재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방문하자 `한림면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라' 등의 피켓을 든채 고무보트를타고 물에 잠긴 마을에서 선상시위를 벌여 한나라당 당직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밖에 지난 17일에는 수해지역 시찰을 위해 함안군 법수면 백산마을을 방문한이근식 행정자치부장관이 침수피해를 당한 주민들로부터 조기 복구 및 예산지원과관련한 각서를 요구당하는 등의 수난을 겪었다. 이처럼 정부와 정당의 고위관계자들이 수난을 겪은 것은 하루아침에 주택과 농경지 등 생계터전을 잃은 수재민들이 대부분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에 의한 수해라는인식아래 정부의 허술한 수방대책에 대한 분노가 일제히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한림정대책위원회 백청사위원장은 "수재민들이 바라는 것은 높은 분들의 얼굴비추기식 방문보다는 조기에 삶의 터전을 마련할 수 있는 지원대책 마련"이라며 "침수피해 주민을 위한 항구적 수방대책이 하루빨리 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함안=연합뉴스) 황봉규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