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회수책임을 지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약칭 예보)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예보가 매각이 결정된 골프장의 보수공사비를 투입하는가 하면,경영정상화가 불투명한 인수기업에 대해 부채를 과도하게 탕감해주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예보가 '국민혈세 낭비기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실채권 회수 난망=예보가 사들인 부실채권의 상당부분이 예보측의 관리감독 소홀로 회수전망이 불투명하다. 예보는 1999년부터 올 6월까지 공적자금을 투입해 관리 중인 1백25개 업체 가운데 1백4개 업체에 대해 총 1조5천9백49억원의 채무를 삭감해 줬다. 그러나 부실채권을 조기에 회수한 기업은 기아자동차 서울보증 등 4개 업체에 불과하다. 이미 도산해 공적자금을 한푼도 건지기 어려운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해태제과 동해펄프 등 14개 업체에 대해선 채무를 출자전환해 관리하고 있다. 예보측은 "빚을 깎아줘서라도 기업을 회생시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회수실적이 저조하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다. 예보는 지난해 11월 감사원으로부터 "2백34개 부실금융회사 관리인이 파산절차를 지연해 2001년 2월말 현재까지 파산절차를 끝낸 금융회사가 한 곳도 없다"는 질책을 받았었다. ◆'혈세'낭비의 사례=예보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프레야충남CC는 현재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정수시설공사,배관공사,지하관정공사 등 신장개업 준비를 방불케 할 정도다. 프레야충남CC는 이 공사를 위해 고가장비를 사들이고 1년 동안 쓸 모래를 구입했다. 줄잡아 10억원 상당에 이르는 규모다. 문제는 프레야충남CC가 대명개발에 매각이 결정된 이후에 이같은 공사가 시작됐다는 점. 집을 판 사람이 수리한 다음에 집을 비워주겠다는 식이다. 골프장 노조측은 "대명개발이 해야 할 일을 프레야충남CC가 대신 해주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공적자금이 이렇게 낭비돼도 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예보가 파견한 관재인은 "지난 99년부터 계획했던 공사"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예상외의 높은 가격(예정가 대비 76억원 초과)으로 대명개발에 낙찰된 점,프레야충남CC가 예보로부터 4백60억원이나 탕감받은 점 등 의혹 투성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