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차 유엔인권소위원회는 14일 탈북자를 비롯한 난민들에 대한 국제적 보호와 강제송환 반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인권소위는 이와함께 군대위안부를 비롯해 무력분쟁중에 자행된 성폭력에 대한 불처벌의 반복을 종식하기 위해 효과적인 형사적 처벌과 보상을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역사적 사건에 관한 교과서의 정확성을 확보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인권소위는 이날 중국내 탈북자 문제를 의식한 중국의 천 쉬큐 위원의 강력한 이의제기로 수정안 채택여부를 놓고 표결까지 가는 등 적지 않은 논란을 벌였으나 영국의 프랑수아 햄슨 위원의 발의로 제안된 결의안을 원안대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송환될 경우 사람들이 처벌을 두려워 할만한 근거가 타당한 지역으로 돌려 보내서는 안된다는 의무가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고 명시함으로써 중국정부가 유엔난민협약에 의거해 난민(refugee)의 지위가 부여된 사람은 물론 일반적인 탈북자들을 강제송환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중국의 천 위원은 유엔난민협약 등 국제법상의 명분을 내세워 `people'이라는 표현을 `refugee'로 바꿀 것을 수정제의했으나 햄슨 위원은 이를 거부했으며 천 위원의 수정제의는 표결을 통해 찬성 9, 반대 13, 기권 2로 부결됐다. 인권소위가 지난해 박수길(朴銖吉)위원의 발의로 탈북자 보호에 관한 결의안을 유엔인권관련 기구로는 처음으로 채택한데 이어 난민을 포함한 탈북자 전반에 대한 강제송환 반대입장을 강력히 천명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탈북자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북한은 양국 사이에 난민문제는 존재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경제적 이유로 불법 월경하는 소수의 이주자들이 있다는 공식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은 중국내 탈북자들중에는 유엔난민협약에 의해 정치적 망명자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난민이 포함돼 있으나 중국당국이 탈북자들에 대한 접근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난민지위 판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 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