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제개혁과 개방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일부 용감한 외국 투자자들이 북한에 투자를 시작하는 등 북한에 외국 자본이 들어가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이 잡지는 싱가포르 투자자 리처드 새비지가 평양 외곽의 2만㏊규모의 참오동나무 농장 개발에 2천3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그가 경영하고 있는 맥스그로 지주회사는 올해 북한에 종합 휴양시설을 개발하기 위해 5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북한과 같이 폐쇄적인 국가에서 장기적인 투자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으나 새비지는 자신의 투자가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이잡지는 전했다. 새비지는 "이 지역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당신이 지금 당장움직이지 않으면 배를 놓칠 것"이라며 북한 투자를 재촉했다. 타임은 새비지의 사업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북한이 경제적,외교적으로 개방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점점 더 많은 징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많은 관측통들은 생산 보조금 폐지를 포함하는 북한의 개혁조치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정부의 구호에 의존하는 기존의 경제 체제를시장경제로 전환시키려 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평양을 자주 왕래하는 외국 경제인들은 북한이 외국투자 관련법을 대대적으로정비하고 외국 투자단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사업하는 데 정부와의 연결이 아직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중국보다는 관료주의의 폐해가 적다고 북한투자 전문가들은 밝혔다. 새비지는 일단 북한측과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하면 다른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골치 아픈 문제들이 북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그는 "북한사람들은 매우 정직하다. 나는 그들로부터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북한의 농업 생산력은 급격하게 떨어졌으며 사회간접자본 시설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또한 북한의 신용등급은 세계 최하 등급이며 북한의 원화는 태환능력이 없다. 외국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 북한은 세계은행 등 국제 여신기관으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차입해야할 입장에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동의 없이는 북한이 국제여신을 차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지 않는 한 국제여신 공여에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용감한 투자자들은 좋은 시절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북한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데이터 처리 회사인 `Datactvity.com'은 지난97년 평양에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일부 한국 기업들은 만화 영화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의 합작회사를 출범시켰다. 중국 무역업자들도 북한-중국 국경지대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스위스 발전회사인 ABB 서울 지사장 로버트 수터는 자신의 회사가 북한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밝히고 "수년전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북한에서도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김정일이 진정한 개혁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회의론자들은 김정일의 시장 개혁은 경제를 자유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식량난과기근으로 인해 우후죽순 처럼 생겨난 암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진정한 경제 개혁을 추진하려면 고사 상태에 있는 제조업을 재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경남대의 북한 전문가인 고현욱씨는 "그들은 사회주의 시스템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최근의 개혁 조치들은 당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