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개최되는 제7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예전 회담과 비교할 때 의제 사전 설정, 북측 회담 자세 등 주요대목에서 차이가 있다. 특히 실무대표접촉을 통해 의제를 이미 설정한 후 장관급 회담을 시작하는 실사구시적 성격 등이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변화로 꼽히고 있다. ▲직항공로 이용 = 남북 장관급회담의 북측 대표단이 서해 직항공로를 이용해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측에서 열렸던 1차(2000.7.29-31), 3차(2000.9.27-30), 5차(2001.9.15 -18)장관급회담 때 북측 대표단은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중국민항이나 아시아나항공편으로 서울에 왔었다. 북측의 한 수행원이 지난 1차 회담 때 `왜 판문점을 경유하지 않고 중국을 거쳐왔느냐'는 질문에 "아메리칸(미국인)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던 데서 알 수 있듯이이번 서울방문 경로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해 직항공로가 재작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성사의 상징인만큼 북측이 6.15 공동선언의 의미를 되새기며 회담에 임하겠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풀이하는 시각도있다. ▲의제 사전 설정 = 6차 장관급 회담까지의 전례와 달리 이번 회담에서는 협의할 의제가 사전에 설정됐다. 남북 양측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 장관급회담 실무대표접촉에서 특사합의의 이행, 새로운 교류협력 아이템 등에 합의함으로써 설전을 되풀이하며합의문 작성에 급급해 하던 전례에서 벗어나는 기틀이 일단 마련됐다는 것이다. 의제가 이미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남북 양측이 실사구시적으로 합의를 도출할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더 많이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회담 일정 하루 단축 = 일정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회담 기간이 제1차 회담때와 같이 2박3일 일정을 잡혔다. 이전 3박4일 일정으로 열리던 전례와 달리 2박3일로 하루 짧게 잡힌 이유는 이미 금강산 실무대표접촉(8.2∼)을 통해 대략적인 의견조율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북 양측은 이튿날부터 열던 전체회의를 첫날부터 열기로 합의했다. 이는 회담 기간이 단축된 탓도 있겠지만 북측 대표단이 서해 직항공로를 통해오전 10시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차 회담 때는 낮 12시38분, 3차때는 낮 12시20분, 5차때는 오후 3시12분 인천공항에 도착했었다. ▲북측 회담 자세 = 회담 합의 도출을 위해 북측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듯한 모양새이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제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이산가족 상봉 등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북측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쌀 지원에대한 약속을 빼면 별로 없다는 지적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달 25일 서해교전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장관급회담 실무대표접촉을 제의하는 등 남측보다 더욱 열성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북측은 실무대표접촉 때도 `이미 합의해 놓고 이행하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관심을 갖고 논의하자'는 입장을 취했다. 관점에 따라서는 북측이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입장으로 회담에 나서는 듯한분위기이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기자 nks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