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선 길목에서 부상하고 있는 '정몽준(鄭夢準) 변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8.8 재보선 이후 민주당이 신당 창당 등으로 이합집산하는 과정에서 정 의원이 차기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신당에 합류할 인사로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와 고 건(高建) 전 서울시장, 박근혜(朴槿惠) 미래연합대표 등이 거론되지만, 국민 인기도나 정치권 역학면에서 신당의 `간판'으로 정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병풍(兵風)' 공방 등 기성 정치권의 이전투구에서 벗어나 있어 신선한 정치인의 이미지를 구축했고, 월드컵대회의 성공에 기여했으며, 정 의원 스스로 '초당적인이미지'에 힘쓰고 있는 것 등이 그의 성가를 높여주는 `포인트'로 분석하고 있다. 게다가 탄탄한 재력과 현대라는 조직까지 갖추고 있어 언제든 독자 행동에 나설수 있다는 점에 한나라당은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 의원이 어떤 형태로든 출마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월드컵대회 성공 분위기를 타고 인기가 수직상승했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와 식상함이 극에 달한 시대적 분위기가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을 정 의원에게 강하게 심어줄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9일 "그가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만났더니 이번에 출마하지 않으면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고 하더라'고 말한 대목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결국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재벌 2세'라는 태생적 한계에다 주변인사들과의 잡음설, 하이닉스 처리문제 등 현대그룹에 불어닥칠 역풍 등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게된다는 것.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핵심측근은 "출마선언 때까지 `정풍(鄭風)'이 세 차게 몰아칠 가능성이 있지만 별 의미는 없다"면서 "지금의 인기는 국민의 막연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나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가면 거품이 `노풍(盧風)'보다 더 빨리 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측근은 "이런 점을 정 의원이 모를 리 없으므로 본인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고 신당 추진파도 그를 후보로 하기엔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