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8일 전국 13곳에서 치러진 재보선 결과당초 우려했던대로 참패를 기록함에 따라 당의 활로모색으로 거론되어온 신당 논의를 둘러싼 각 계파의 움직임도 급박해졌다. 공교롭게도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신당 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도 제치고 1위를 기록한다는 SBS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신당창당 필요론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이날 민주당 각 계파는 3대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선거 결과가 참패로 예상되자, 개표엔 전혀 관심없이 9일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대책마련에 부심했다. ◇중도파 =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이날 저녁 예정됐던 노 후보와의 만찬 회동을 전격 취소하는 대신 박상천(朴相千) 한광옥(韓光玉) 정균환(鄭均桓) 이 협(李協)최고위원 등과 비공개 회동한 뒤 9일 오전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를 열어 신당창당 논의를 공식화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 중도파 중진들의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백지상태에서 정권재창출에 기여할수 있는 모든 세력을 한 데 모으는 방향으로 창당해 나간다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재보선 참패에 대해선 당 지도부가 전적으로 책임지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당무회의에 일임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한 회동' 무산에 대해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선거에서 참패한 상황에서신당 논의를 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만나 신당 논의를 기정사실화하는 사전 조율작업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 후보와의 회동을 무산시켰다는 관측도 나왔다. ◇노 후보 = 노 후보측은 재보선 참패로 신당 창당 논의가 급속히 세를 얻고 있다고 판단, 노 후보도 참석한 가운데 참모회의를 열어 대처방안을 숙의했다. 특히 정동채(鄭東采) 후보 비서실장이 이날 오전 밝힌 `재보선 직후 신당 논의착수 반대', `선(先) 재경선 뒤 신당 논의' 입장에서 한발짝 후퇴, 신당 논의에 참여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당초 친노(親盧) 성향에서 중립지대로 이동한 김원길(金元吉) 의원과 노 후보측인사 중 신당에 관심을 보여온 김원기(金元基) 후보 정치고문 등이 노 후보를 만나신당 논의의 불가피성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노 후보는 문희상(文喜相) 천정배(千正培) 이강래(李康來) 의원 등핵심참모 의원들과 상의,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재경선 용의를 재확인하는 한편 재경선과 신당 창당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당내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하기로 방침을정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도 "신당 문제에 대한 정동채 비서실장의 오전 발언은 노후보의 생각이 아니다"면서 "내일 있을 노 후보의 A4용지 2쪽분량의 기자회견문 어디에도 `먼저 재경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반노 = `노무현 배제'를 전제로 한 신당에 관심을 기울였던 반노(反盧) 진영은 한 대표 등 중도파들의 적극적인 신당 논의 추진에 따라 신당추진 촉구 성명 발표 등 `행동'을 자제하며 일단 9일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 결과를 지켜보기로했다. 당초 `반노.비노 13인 대표자 회동'을 추진했던 김영배(金令培) 상임고문은 7일취소했다가 이날 다시 예정했던 회동을 또 미뤘으며 안동선(安東善) 이윤수(李允洙)의원 등도 모임을 자제하며 사태를 관망했다. 9일 오전 예정됐던 중도개혁포럼 모임도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 후 오후로연기됐다. ◇전망 = 중도파의 압도적인 수적 우세를 바탕으로 한 압박에 따라 노 후보 진영이 재경선.신당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기구 구성을 제의키로 함으로써 9일 회의에서 당초 예상됐던 친노와 반노 진영간 정면충돌은 일단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는 친노와 반노 진영이 격돌할 경우 분당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 확산이 한몫했다. 특히 친노측에서도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이 "노 후보가 `국민경선을 통해 재경선하되 8월중에 해야 한다는 불가능한 두가지 조건을 내걸고 있다"면서 "신당론은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어떤 경우에도 당 분열은 막아야 한다"고 노 후보를압박했다. 노 후보가 국민경선에서 선출된 정통성 있는 후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현격한 수적 열세 때문에 밀린 셈이다. 그러나 노 후보가 제의한 재경선.신당 `논의' 기구는 반노.비노진영이 추진하는신당 `준비.추진' 기구와 명칭부터 다르고, 내용면에서도 노 후보는 신당 창당 여부부터 원점 검토하자는 입장인 데 비해 반노.비노진영은 신당 창당을 전제로 구체적인 추진방법과 일정을 결정하자는 것이어서 9일 회의에서 일단 기구구성에 합의하더라도 미봉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반노.비노진영은 신당기구를 통해 창당을 밀어붙인다는 복안이나, 노 후보측은일단 기구 구성으로 반노.비노진영의 거센 공세를 피하면서 반노.비노진영내의 이견과 이들의 구상을 추진하는 데 핵심요소인 당외 제3세력 변수를 통해 역전을 도모한다는 생각으로 보여 양측간 충돌은 언제든 돌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