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국 13개 선거구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수도권 7곳을 석권하는 등 호남을 제외한 11개 지역에서승리,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텃밭인 광주 북갑과 전북 군산 등 2곳에서만 승리했을 뿐 연말 대선의풍향계로 인식돼온 수도권에서 단 한석도 건지지 못해 6.13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참패했다. 이에 따라 정당별 의석분포는 한나라 139, 민주 113, 자민련 14, 민국당 1, 미래연합 1, 무소속 4석으로 재편된 가운데 한나라당이 원내과반(137석)보다 2석이 많아져 국회를 단독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되는 등 정국 주도권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보인다. 특히 민주당은 지방선거에 이어 거푸 참패를 기록한 가운데 향후 신당 창당 논의와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재보선 결과는 대선구도 전반에도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재보선에서 격전지로 분류됐던 서울 영등포을의 경우 한나라당 권영세 후보가 2만976표(54.9%)를 얻어 1만4천419표(37.7%)를 얻은 민주당 장기표 후보를 여유있게 누르고 당선이 확정됐다. 경기 하남은 한나라당 김황식 후보가 44.2%를 획득, 민주당 문학진 후보(35.3%)를 눌러 이겼고 안성도 한나라당 이해구 후보가 민주당 김선미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최대접전을 벌인 북제주는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와는 달리 개표초반 한나라당양정규 후보가 민주당 홍성제 후보에게 시종 밀렸으나 막판 대역전을 이끌어내 663표차로 신승했다. 이밖에 한나라당은 서울 종로(박진)와 금천(이우재), 부산 진갑(김병호)과 해운대.기장갑(서병수), 인천 서.강화을(이경재), 경기 광명(전재희) 마산합포(김정부)에서 각각 승리했고 민주당은 광주 북갑(김상현)과 전북 군산(강봉균)에서 승리했다. 이번 선거결과로 한나라당은 지방정부에 이어 입법부까지 장악, 대선을 앞두고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했으며, 향후 국회에서 공적자금 국정조사와 권력비리 청문회등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또 개헌과 대통령 탄핵, 국회의원 제명 등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하는 특수안건을 제외하고 각종 법안과 총리 임명동의안, 장관 해임건의안 등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으나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선거참패 책임론과 대선후보 재경선 및 신당 추진 문제 등을 놓고 노무현(盧武鉉) 후보 지지파와 반대파, 이른바 `친노(親盧)-반노(反盧)' 세력간 세대결이 본격화되면서 당내 대립과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는 이와 관련, 9일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 재경선 문제를 먼저 매듭지은뒤 신당 창당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할 것으로 알려져 `반노'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와함께 자민련도 그간 한나라, 민주당 사이에서 행사해온 `캐스팅보트' 역할을 상실하면서 심각한 존립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아들 병역비리 의혹 등 `5대의혹'에 대한 파상공세를 계속할 것으로 보여 향후 대선정국 전개과정에서 양당간 사활을 건 힘겨루기가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재보선 투표율은 휴가철에다 집중 호우까지 겹쳐 총유권자 198만8천865명가운데 59만540명이 참여, 평균 29.7%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해 지난 65년 11월 6대 국회 재보선 때의 26.1% 이후 가장 낮았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