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8일 미국방문을 마치고 귀국,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권 포부를 내비쳤다. 방미중 언급과 같은 궤적이다. 특히 이날 서울방송(SBS)의 여론조사 결과 신당후보로 대선에 나설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를 앞서는 것은 물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까지 가세한 3자대결에서도 선두를 차지, 정 의원 귀국이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정 의원도 십분 이를 인식하고 있는 듯 했으나 향후 정치권의 다양한 변수를 감안, 극도로 입조심을 했다. 그는 출마여부, 시기를 묻는 질문에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민주당이 추진중인 신당 참여 여부에 대해선 "내가 후보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신당에 참여하는 것을 같은 것으로 보는 것 같으나 어느 정도는 독자적으로 결심해야 한다고 본다"고 다양한 행보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이유에 대해 "국민이 변화와 희망을 바라고, 대통령이 초당적 입장에서 국정운영을 해달라는 기대가 반영됐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기존 대선후보로는 국민 기대치를 충족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대목이고,그만큼 강한 대선 의지를 간접 피력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실제 정 의원은 "대한민국 남자치고 나라 봉사하고 번영하는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나는 4선 의원으로 지난 10년간 그렇게 생각해왔다"며 대권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정 의원의 이날 언급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당장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는 대신8.8 재보선 이후 정치권의 기류, 특히 민주당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자신의 거취를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의원은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미국 격언을 인용, "틀린 판단보다 더 나쁜 것은 너무 빨리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 한 정치여론조사 전문가는 "정 의원이 대권도전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신중한 행보를 계속하며 몸값을 올리는 것을 보면 정밀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과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인상"이라고 분석했다. 일단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다양한 선택카드중 하나를 뽑아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 의원이 남북한 축구경기,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계속 여론의 중심권에 포진하면서, 대선후보로서의 위상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