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8.8 재보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13개 지역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압승 구도로 나타날 것인지, 민주당의 수도권 선전으로 나타날 것인지에 따라 정국의 풍향계가 완연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의 `부패.무능 정권 심판론'이 계속 힘을 쓸 것인지, 민주당의 `이회창 후보 5대의혹' 공세가 먹혀들고 있는지도 관심이며 양당이 거센 공방을 벌이고 있는 병역의혹에 대한 간접적 심판 기능도 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정치권과 선관위는 휴가에 장마까지 겹쳐 지난해 10.25 재보선때의 41.9% 보다 훨씬 낮은 투표율이 나올 것으로 점치고 있어 낮은 투표율이 가져올 민심왜곡과 대표성 논란이 우려되고 있다. ◇승패기준 = 한나라당이 압승하면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정국장악력은 더욱커지면서 `비리정권 퇴진론'을 내세워 대선 행보에 가속페달을 밟게 될 것이지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신당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운신의 폭 마저 크게 제약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선전하거나 승리할 경우 이 후보의 기세는 일단 주춤할 수 밖에 없고 노 후보도 노풍 재점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패의 기준과 관련, 한나라당은 13곳중 9곳에서 승리하면 과반의석을 확보하게 되면서 입법권을 확고하게 장악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초 목표가 호남 2곳을 제외한 11곳 승리였던 만큼 한자릿수 승리를 압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민주당은 호남 2곳을 제외한 전패의 기로에 서 있다가 최근 수도권 일부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수도권 2-3석을 포함 최대 4-5곳에서 승리하면 선전으로 평가해야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정도의 선전으로 노 후보의 당내 입지가 강화될 수는 없겠지만 비주류측의 공세에 휘둘리지 않을 대응력은 지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병풍 = 한나라당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것 같았던 재보선이 막판 서울 영등포을, 경기 안성과 하남, 북제주 등 4개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대약진으로 판세변화가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양당 공히 `병풍 효과'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지역이 오차범위내의 살얼음판 승부를 벌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말 병역비리 의혹 공방이 거세지면서 부터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 추세로 접어든 반면, 노후보 지지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원인중 하나도 병역비리 의혹의 영향 탓인 것으로 알려져 일단 병풍은 선거전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선거결과 한나라당 압승으로 나타날 경우에도 병풍이 계속 위력을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온 것이나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생생한 증언자가 더 있다'며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도 재보선 표심을 잡기위한 전략적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이 후보 병역의혹에 대해 유권자들이 `해묵은 레드드판 틀기'와 `끝까지 파헤쳐야 할 범죄' 가운데 어느쪽 주장에 손을 들어줄 지 주목된다. ◇투표율 = 이번 재보선 투표율이 역대 국회의원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표율 저조에 따른 후보간 득실도 관심거리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여름 휴가철과 겹친데다 지난 4일부터 내린 집중호우가 투표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들어 투표율이 30%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투표율 저조는 지지층의 투표참여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합지역의 경우 근소한 표차로 결과가 판가름날 수 있는 만큼 각 당과 후보들은 지연과 혈연, 학연 등을 통한 조직동원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원 1인당 10명이상 투표권유 운동'을 지시하는 등 지지층 투표참여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소속 선전 = 부산진갑과 전북 군산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선전하고 있는 하계열(河桂烈), 함운경(咸雲炅) 후보의 당락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양당이 자신들의 텃밭으로 분류하는 이들 지역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패할 경우향후 대선 정국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부산진갑에서 한나라당 김병호(金秉浩)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하계열 후보는 이 지역에서 임명직 구청장과 민선 구청장을 지낸 경력에다 상당한 조직력과 지명도를 갖추고 있어 막판까지 한나라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군산에서도 재야출신 함운경 후보가 청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민주당지지세력을 흔들면서 민주당 강봉균(康奉均)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부산 금정출신 김진재(金鎭載) 최고위원을 부산진갑 선거구에 급파해 선거전을 진두지휘케 한 것이나,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군산을 자주 방문하며 자당 후보 지원에 나선 것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입증해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최이락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