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당했는데 올해도 똑같은 일은 또 당해야 합니까. 근본적인 비피해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이명박 서울시장이 5일 전날 폭우로 침수된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저지대 일대를 둘러본 자리에서는 성난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 시장이 이날 시찰한 강서구 화곡1동과 화곡4동, 양천구 신월1동 일대의 저지수로 복개도로 주변은 지난해 여름에도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당한 곳. 상가와 지하주택, 가내공장 등이 몰려있는 이 지역 곳곳에는 아직 물에 젖은 가재도구가 여기저기 널려있고 방역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아직 물이 다 빠지지 않아 가족들이 함께 양동이로 물을 퍼내는 등 복구작업을 벌이는 현장도 눈에 띄었다. 지역 주민들은 이 시장에게 하수관로 신설이나 펌프장 증설 등 항구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지역 일대의 빗물은 하수관로를 따라 신정 1 빗물펌프장으로 연결되지만 펌프장의 용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강서구 주민들은 주로 빗물펌프장 증설을, 양천구 주민들은 화곡동-곰달래길-목동 아파트 구간을 연결하는 하수관로 신설을 요구했다. 이 시장은 해마다 침수피해가 잇따른데 대해 유감을 표시한 뒤 임시숙소 마련과 방역 등 복구지원에 힘쓰는 한편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항구적인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성난 민심을 달랬다. 이 시장은 "당초 2006년까지로 계획했던 수방대책 추진기간을 2004년으로 앞당겨 완료하도록 하겠다"며 "특히 신월, 화곡동과 같은 침수 취약지역에 대해서는 가능한 내년 우기전까지 근본적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시는 오는 5일 간부회의에서 토론회를 열고 지하주택에 대한 침수대책과 건물주 및 세입자에 대한 지원방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키로 했다. 한편 양천구 등 일부 구청 홈페이지에는 하수관 역류로 피해를 봤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기도 했다. 양천구 한 주민은 "이처럼 하수도에서 비가 역류하면 미리 펌프기 수를 늘리든지 하수도관의 용량을 늘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고 또 한 주민은 "구청에서 수문을 열어놓지 않은 탓에 하수도가 역류, 집안이 온통 똥물천지"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