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당 논의의 분수령이 될 '8.8 재보선'이임박하면서 민주당 비주류 세력들간에 `신당 시나리오'가 구체화하고 있다. 비주류의 시나리오는 당초 '민주당 탈당-신당 창당'의 단선구도였으나 최근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백지신당론'으로 '탈당'이라는 조건은 사라지면서 복잡한 구도로 바뀌고 있다. 백지신당론으로 인해 '대선후보-당대표' 등 역할분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의견이 형성되면서 신당창당 일정에 대한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신당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아 `파이'를 선점하기 위한 내부의 이해관계와 셈법에서 큰 편차를 보이고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주류가 정서적으로 `비(非) 노무현'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창당일정 = 재보선이 끝난 직후인 9일께 당내 중도세력과 비주류를 아울러 신당 창당을 당내 공식논의에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부 최고위원들이 신당론을 공식 제기하는 한편 최소 30-40명 정도의 의원들이 성명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신당 논의의 첫단추를 끼운다는 것. 2단계로 신당 논의에 찬성하는 당내 의원과 원외위원장을 대상으로 공식적인 서명작업을 추진, 최소한 80명 정도의 의원들로부터 서명을 받아낸다는 복안도 세운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당내 최대 원외세력인 영남권은 `비노무현' 정서로 돌아선 김중권(金重權) 전대표가 맡을 것이란 소리까지 들린다. 김 전대표는 이인제(李仁濟) 의원과골프회동을 마친 뒤 "재보선 뒤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다만 후보선출 및 신당 전당대회 시기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송석찬(宋錫贊)의원은 "대선 일정을 감안하며 8월중으로 창당대회를 마치고 9월 후보를 뽑으면 된다"면서 서두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인제 의원은 "늦어도 10월말까지 창당대회와 후보선출을 마무리하면 대선을 치러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대선후보 = 일정표에 대해 의견이 다른 것은 `대선후보를 누구로 세우느냐'의문제와 무관치 않다. 비주류세력들이 탈당을 전제로 한 신당에 생각이 있을 때만해도 복심에는 `정몽준(鄭夢準) 후보-이인제 대표'구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런 기류는 "영남후보론은 실패했으며 정 의원도 영남후보"라는 주장아래 노무현 후보에 대한 `반면교사론'을 바탕에 깔고 있다. 17대 총선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충청권 의원들이 그 진원지로 보인다. 백지신당론 이전까지 정 의원을 "유일한 대안"으로 지목했던 송석찬 의원 등 충청권 의원들은 `국민의 선택에 따라'로 화법을 변화시켰다. 정 의원이 대안일 수도있지만 `다른 인물'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한동(李漢東) 후보-이인제 대표' 설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 전총리와 이인제 의원은 경복고 서울법대 선후배 사이로 지난 97년 대선때틀어졌던 관계가 쉽게 복원될 여지가 높고, 무엇보다 이 전총리 본인이 민주당 신당추진 움직임을 가장 반기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전 총리는 지난 주말 강원도 용평에서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과우연히 만나 식사를 같이하는 등 비주류측의 신당논의 모임에 적극 호응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 건(高 建) 전 총리 등을 비롯, 외부인사들을 적극 영입해 신당의세력기반을 한층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제3세력' 변수 = 정몽준 의원도 `대권 꿈'을 실현할 현실적 세력으로 민주당을 염두에 두면서도 `의외의 인물'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인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의원은 이인제 의원과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향후 거취에 대해 관심이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주류내에서 '영남후보로 인해 충청표가 달아났다'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충청권 출신인 이인제 의원이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고, 당내 최대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한 대표의 거취가 정 의원의 `신당내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신당 논의 과정에서 분당 등 최악의 상황에 이르러 대선구도가 다기화할 경우 한 대표가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한 대표측은 "한 대표는 12월 대선승리에 기여하기 위해 마음을 비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의원이 출마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치면서도 "10월말까지만 후보를 뽑아도된다. 후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선 큰 틀의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것도 정 의원으로선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영남권인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세력기반이 거의 없는 신당에 참여한다는 것을 전제로 볼 때는 정 의원과 마찬가지의 처지라 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