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상(張 裳) 총리서리는 31일 국회에서 총리 인준안이 부결되자 2시간여만인 오후 5시50분께 총리 서리직 사임의사를 표하고 총리실을 떠났다.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를 눈앞에 뒀던 장 서리는 이로써 총리서리로 임명된지 21일만에 물러났다. 장 서리는 이날 하루종일 집무실에 머물며 문밖 출입을 삼가는 등 긴장한 모습이었다. 국회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 절차가 TV를 통해 생중계돼도 시청하지 않은 채 기도와 묵상으로 결정의 순간을 기다렸다. 결국 김덕봉(金德奉) 공보수석을 통해 `부결'을 보고받고는 "내 문제는 중요하지 않으나 이로 인해 야기될 국정혼란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으나 침통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장 서리는 이어 청와대를 비롯해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장관, 신중식(申仲植) 국정홍보처장 등과 대책을 협의한 뒤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임명권자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곧바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서면자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장 서리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고 존중한다"면서 "지난 11일 대통령의 국무총리 임명제의를 수락하면서 저의 모든 능력과 열정을 바쳐국가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자 스스로 다짐했었다"고 부결을 아쉬워 했다. 이어 장 서리는 오후 6시30분께 정부중앙청사 기자실에 들러 작별인사를 했다. 장 서리는 "저의 부덕의 소치로 잘 안돼 정말 죄송하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국민여망이 뭔가 깊이 깨닫는 계기가 돼 결코 후회없는 경험이었다"며 "나라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서리는 이임식도 없이 청사를 떠나면서 배웅나온 이상주(李相周) 교육부총리가 인사를 하자 "이제는 진짜 오래쉬고 싶다"면서 "또 봅시다"라고 애써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