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이 31일 브루나이 반다르 세리 베가완에서 개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장에서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 파월 장관과 백 외무상의 이날 접촉은 지난해 1월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대화가 1년반 이상 중단된 가운데 나온 최고위급 접촉이라는 점에서 북미대화 복원의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접촉은 특히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3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이라크와는 달리 북한과 이란에 대해서는 `정권 교체'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 전반이 대화국면으로 반전되는 계기가될 지 주목된다. ARF 개막직전 가진 15분간의 회동에서 미국은 지난해 6월 천명한 대로 북미대화에 관한 기본입장을 전달했고, 북측은 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파월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 대화정책을 거듭 강조하면서 "앞으로 북미대화가 이뤄지면 대량살상무기 비확산문제,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문제, 재래식 군비감축문제 등을 협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백 외무상은 이에 대해 "미국과의 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파월장관은 백 외무상과의 회동사실을 ARF 전체회의에서 참석국 대표들에게 설명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파월 장관과 백 외무상간 비공식 회동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후속 회담이나 방문 등의 문제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발표한 성명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파월 장관은 북한이 최근 발표한 성명을 주목하며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재확인했고, 장래의 어떠한 회담에서도 우리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문제와 제네바 기본합의 상호 이행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들을 강조하고 싶다는 뜻을밝혔다"고 전했다. 국무부 소식통은 이와 관련, "파월 장관이 라운지에 있다는 사실을 북한 백남순외무상에게 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혀 이날 회동이 미국측의 의도된 접촉이었음을시사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이날 오후 브루나이에서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과 파월 장관간 외무회담을 갖고 이날 북미접촉 결과 및 향후 대화재개 문제를 집중 조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미 접촉에 대해 "어쨌거나 미북간에 비공식 접촉이 이뤄진 것은 잘 된 일로 본다"면서 "사전에 짜여진 의도된 것이라기 보다 현장에서 벌어진 비공식 회동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다르 세리 베가완=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