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공영제 투명해야 성공한다 ]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정당 국고보조금에 대한 회계감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우리 정당은 오랫동안 검은 돈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회계가 투명하지 못하다. 민주화 이후 국고보조금은 크게 증액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당에서 당 지도부가 정치자금의 상당부분을 조달하고 있다는 이유로 국고보조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당직자들이 국고보조금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알 수 없게 된다. 당 지도부는 국고보조금을 비롯한 정치자금을 가지고 당을 통제하면서 정당을 사당화(私黨化)시키고 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작년 이전에 한번도 국고보조금에 대해 실사를 벌인 적이 없다. IMF 경제위기 이후 온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고 있는 데도 정치권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 국고보조금을 투명하지 않게 쓰고 있는 것이다. 국고보조금의 방만한 사용과 회계 감사의 부실을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과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의 투명성마저 확보하지 못하면 깨끗한 정치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국고보조금 사용실태를 보면 한심하기 그지 없다. 지난해 각 당이 선관위에 제출한 국고보조금 회계보고 영수증을 조사해 본 결과 허위보고, 편법 지출, 가짜 영수증 등이 속출했다. 예를 들면 하월곡동 윤락가 영수증, 폐업을 신고한 가게 영수증, 당 총재 동창회비 영수증, 꽃가게의 가짜 영수증 등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어느 당 총재는 매달 2천만원씩 판공비를 가져 갔으나 영수증 없이 지출결의서 1장만 제출했고, 어느 당은 직원 47명을 정책전문위원으로 둔갑시켜 급여 대신 정책활동비를 준 것으로 장부를 조작했다. 그리고 국고보조금의 20%를 정책활동비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맞추다 보니 온갖 잡동사니 군것질 영수증이 정책간담회 비용으로 처리돼 있었다. 이렇게 각 당의 회계보고 중에서 수십억원씩은 정상적인 지출로 인정해 줄 수 없는 것이었으나 중앙선관위는 실사후 수천만원을 삭감하는 것으로 결론지어 면죄부를 주었다. 더욱이 허위보고가 있는 경우 그 다음에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의 25%를 삭감하도록 돼 있던 시행령을 서둘러 고쳐 허위보고 액수의 2배만을 삭감하는 등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최근 각 정당들은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출에 대한 공동 결제, 정기적인 당내 회계보고 제도 등을 도입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이 제도들이 정착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자기 정당의 회계를 투명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행 국고보조금 회계감사 제도를 대폭 고쳐야 한다. 예를 들면 정당이 회계보고를 하지 않거나 실사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이나 후보는 회계감사를 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회계감사를 받기 싫은 정당이나 후보는 국고보조금을 받지 않아야 한다. 미국 공화당의 부시 후보는 2000년 대선에서 국고보조금을 받지 않고 자신의 모금액만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회계감사도 지금처럼 1년에 1회 실시하는 것보다 분기별로 나누어 실시하는 것이 보다 충실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일정 금액 이상은 반드시 관인 영수증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그리고 각 정당이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은 후 선관위에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대표집필=김용호 인하대 교수 > [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한국경제신문 공동기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