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9일 장 상(張 裳)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당초 우려됐던 극단적인 충돌은 자제했으나 장 지명자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은근히 상대당을 공격하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현정부의 햇볕정책을 문제삼기도 했고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의 총리지명 개입여부를 따지기도 했으며 민주당은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 청문회장이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청문회직전 브리핑에서 "오늘 청문회의 목적은 장 내정자의 국정수행능력과 공정성, 도덕성을 가리는 자리이지, 이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장이 아니다"면서 "민주당이 못된 기도를 획책한다면 청문회가 순탄하게진행될 수 없을 것이며 크나큰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사전차단을 시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논평에서 "취지를 빗나가는 정략적공세나 인신공격적 질의는 차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역시 으름장을 놨다. 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 박승국(朴承國) 의원은 "'사랑의 친구들'에는 누구의 권유로 가입했고 이사로 어떤 활동을 했느냐", "총리지명 당일 첫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나 이 여사와의 친분을 굳이 숨긴 이유가 뭐냐"며 이 여사가 이번총리지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따졌다. 같은 당 김용균(金容鈞) 의원은 "북한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두차례 군사적 충돌이 있었는데 교전수칙이 `현명'하게 대처하라고 해 우리측 장병들이 사망했다"며 "금강산 관광으로 들어간 현금이 재무장 자금화됐다"고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또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전용학(田溶鶴) 의원은 장남 국적문제에 대한 장 지명자의 답변을 이용, "장 서리의 해명은 당장 중요 공직을 해먹기 위해선 어느 섬에라도 보내 억지로 봉사활동을 시키고 반성하면 된다는 식", "미국국적 취득이 일부사회지도층의 원정출산과는 달리 잘못된 것은 아니다"는 등으로 이회창 후보를 우회공격했다. 함 의원은 장 지명자의 학력오기를 거론하며 "명문대에 대한 선호의식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난 것 아니냐"면서 "모당 후보의 측근의원이 '일류대학 나온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교육적으로도 문제"라고 이 후보측의 '주류론'을 건드리기도 했다. 이어 함 의원이 장 서리를 상대로 "일부 사회특권층이 미국에서 출산, 자녀의 시민권을 획득하고 병역도 면제받는 것을 일컬어 원정출산이라고 한다"며 질문하자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도 장 서리에게 "남편과 함께 미국에 살다 아이를 낳은 것이 원정출산인가"라고 함 의원에 대한 반박성 질문을 했다. 두 의원 모두 한나라당 이 후보 맏며느리의 미국 출산에 대한 공격과 반박을 위한 질문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