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서해사태에 대한 유감표명 및 제7차 남북장관급 회담 제의로 남북관계가 복원조짐을 보이면서 내주 브루나이에서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회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백남순(白南淳) 외무상의 회의 참석사실이 북한방송을 통해 확인되면서 내주 ARF 회의는 향후 한반도 정세의 풍향을 가늠할 최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는 우리측에서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외교.국방부 대표단이 참석하는 것을 비롯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 4강 외무장관이 총출동한다. 이에 따라 남북한 및 미.일.중.러간의 회의기간을 이용한 연쇄접촉, 회담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남북관계 복원조짐과 함께 이번 회의기간을 이용해 지난 2000년 이후 두 번째 남북외무회담이 열릴지 여부와 서해사태 직후 예정됐던 고위급 특사방북도 취소한 미국과 북한간 외무회담 여부도 주목된다. 일단 정부는 남북외무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며, 미국도 일단 북한측 유감표명 이후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북미 외무회담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남북, 북미간 접촉이 회의기간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돼 이번 회의를 활용한 북한측의 외교활동 내용이 주목된다. 북한은 이미 서해사태에 대한 유감표명을 발표한 25일 저녁 방송을 통해 일본의 가와구치 외상과 브루나이에서 북일 외무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ARF 회의를 국제사회와의 관계개선에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현재 북한은 일본외에 이번 회의기간에 유럽연합(EU), 호주, 중국과의 외무회담을 추진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측의 이같은 움직임은 이번 회의에서 유화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서해사태로 인한 국제적 비난에서 일단 벗어나겠다는 의도와 함께 미국내 대북강경 기조를 전술적으로나마 완화시키자는 목적도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측이 이번 회의에서 서해사태를 우발적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 그 책임을 미국과 우리측에 돌릴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이 때문에 북측의 서해사태 유감 표명이후 첫 고위당국자간 접촉인 이번 ARF 회의가 지나봐야 북한측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 및 경색된 북미관계의 향방도 점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반도 주변정세가 어떻게 될 지 여부는 이번 ARF 회의를 지나면서 좀 더 명확해 질 것"이라면서 "정부도 그같은 관점에서 이번 회의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