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담을 계기로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과 한반도 전문가들이 24일 말했다. 이러한 전망은 미국의 특사 파견 제의에 대한 북한의 무응답과 서해교전에 따른한반도 정세 악화를 반영한 것으로 지난 주말과 이번 주초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한미 고위급 정책 조율에서도 확인됐다. 국무부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미국 소식통들은 북한이 '납득할 만한 성의'를 보이지 않는 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ARF에서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의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고 말했다. ARF를 취재하기 위해 파월 장관과함께 브르나이로 갈 미국 기자들은 이에 따라 백 외무상을 아예 취재 대상에서 제껴놓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미국이 지난 주말부터 한국측과 다각도로 한 접촉에서도 대북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양성철 주미 대사는 지난 19일 부시 행정부의 부장관급 안보 정책 책임자인 스티브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만나 서해교전 사태에 대한 양국의 평가를 교환하고 대북 대화 현황과 전망 등을 논의했고 22일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면담에 이어 23일에는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도 전화 회담을 통해 폭넓은 대북 정책 조율을 시도했다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이와 병행해 이태식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22, 23일,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피터 로드먼 국방부 국제 안보 차관보, 밥 조지프 NSC 비확산 선임 보좌관등과 연쇄 접촉을 했고 천영우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도 이틀 동안 국무부, 백악관, 국방부, 의회 관계자 및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미국은 한국과 한 동시 다발적 접촉에서 대북 대화 방침을 바꾸지는 않겠지만당분간 협상 재개는 힘들다는 강경 자세를 분명히 하고 ARF에서 이뤄질 북한과 유럽각국 및 일본, 호주 등의 회동 결과를 주목한 뒤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유연하게 대처해 나간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