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국회가 파행 운영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가 23일 민주당을 '빨치산 집단'이라고 공격하자 민주당이 강력히 반발,이날 예정된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오후 늦게까지 개최되지 않는 등 진통을 거듭했다. 사태의 발단은 이 총무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회창 후보 '5대 의혹'에 대한 민주당측의 공세와 관련,"어제 법무부장관 답변내용을 보면 민주당 주장은 모두 날조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책여당이 아니라 일종의 '빨치산 집단'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이 총무는 발언의 파장을 의식한 듯 거듭 "내가 말한 빨치산은 '지리산 빨치산'이라는 뜻이 아니라 영어 파티즌(Partisan),즉 당리당략에 너무 열성적인 집단이라는 말을 잘못 발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즉각 이 총무의 발언을 문제삼고 나섰다. 민주당은 긴급 주요 당직자회의와 의원총회,원내대책회의를 잇따라 열고 문제발언 당사자인 이 총무의 총무직 사퇴와 이 후보의 사과 및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정균환 총무는 "제왕적인 이회창 후보에게 당직자들이 잘보이려고 하다 보니 이같은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이 후보가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대변인도 논평에서 "보통사람도 입에 담지 못할 저급하고 저열한 망발을 하는 이 총무를 즉각 교체하라"며 "용납할 수 없는 망언에 대해 이 후보와 서청원 대표도 사과해야 한다"고 전선을 확대했다. 이에 한나라당도 의원총회에서 "어제 노무현 후보는 우리당 의원들을 안기부예산 2억∼3억원씩을 나눠쓴 범죄자로 몰아붙였다"(남경필 대변인),"국회를 열어봐야 별이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민주당이 '울고 싶은데 빰맞은 격'으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려는 전략"(이 총무)이라고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어진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수용,이 총무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국회 파행에 사과한다"는 뜻을 민주당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서 대표의 사과를 요구해 대치국면이 이어졌다. 김병일·윤기동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