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가 20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눈물을 보였다. 이날 오후 부산 진구 당감동에서 열린 이세일(李世逸.부산 진갑) 8.8 재선거 후보의 선거준비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자리에서다. 노 후보는 축사 모두에 "저에게 머리에만 있던 정의와 민주주의를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셨던 어르신들이 많이 자리하셨다. 제가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 남이 됐는가 싶게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던 어르신들이 다 오셨다"면서 감사를 표시했다. 이어 "이 자리엔 87년 6월 항쟁때 저와 함께 거리에서 싸우던 젊은이들, 아니 저를 거리로 이끌었던 얄미운 청년들과 88년 저를 국회의원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도왔던 젊은이들도 다 있다. 기분같아선...미안하다"고 말끝을 흐리면서 와락 눈물을쏟았다. 그러자 시민사회단체 원로, 386세대 지구당 위원장, 노사모 회원 등이 주를 이룬 참석자들 사이에선 '노무현 화이팅' 연호가 나왔고 노사모 회원들의 주도로 '국민통합 노무현 짱'이란 구호도 여러 차례 터져나왔다. 이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축사를 이어간 노 후보는 "기분이 아주 좋으면 눈물이 난다"고 양해를 구했으나 "기분 같아선 6월항쟁 다시 한번 했으면 좋겠다"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면서 거듭 눈물을 참지 못하자 동석한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이 자리에서 일어나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 노 후보를 격려했다. 노 후보는 부패스캔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 대한 공격 등으로 축사를 마무리하면서 "정말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한 마음을 갖고 진실로 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노 후보 방문을 수행한 한 당직자는 "노 후보가 그간 마음 고생이 많았고 생각도 복잡했을텐데 동지들을 만나니까 감정이 북받쳤을 것"이라고 눈물의 의미를 해석했다. (부산=연합뉴스) 고형규기자 k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