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와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은 재.보선과 연말 대선을 겨냥한 양당의 기선잡기 성격이 강하다. 서 대표는 현 정권의 권력비리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면서 '창(昌)-DJ'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려 한 반면, 한 대표는 권력비리에 대해서는 사과와 책임을 언급하면서 이회창(李會昌) 후보관련 5대의혹 규명으로 맞불을 놓았다. 또한 서 대표는 현안인 국무총리 서리 인사청문회 및 7.11 개각, 개헌론 등에 대한 당의 입장을 재차 명확히 했지만, 한 대표는 이들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한나라당의 국회운영 책임론을 강조해 대조를 보였다. ◇비리문제 = 서 대표는 연설에서 "대통령 아들과 친인척, 권력실세들, 그리고 아태재단의 부정부패와 국정농단으로 국민을 능욕한 죄를 용서할 수 없다"고 비난하고 국정조사, 특검제, TV 청문회 실시와 대통령 직접조사, 아태재단 해체 등을 요구한 뒤 반부패와 정치혁신을 위한 국회 `정치혁신특위'의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특히 '특검제 거부시 중대결심'까지 언급, '대통령 탄핵소추 추진' 해석까지 나왔으나 당내에선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넘겼다. 한 대표는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에 대해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비리행각을 미리 막지 못한 저와 민주당은 국민 여러분의 어떤 질책이라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이를 막지 못한 대통령보좌진과 사정기관 책임자들 역시 응분의 책임을 느껴야 하며 이와 관련해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끼고 양심의 가책이 있다면 그들은 국민과 대통령, 역사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책임론'을 거론했다. ◇서해교전.대북정책 = 서 대표는 "전쟁을 막는 것은 강력한 억지력이지 결코 비굴한 타협이 아니다"면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한 뒤 북한에 사과와 실질적인 재발방지책 제시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에 대해선 북한이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기 전까지 대북지원과 금강산관광의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햇볕정책의 전면 재검토도 거듭 촉구했다. 한 대표는 서해교전사태와 관련, ▲북한 당국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북한의 남북간 군사회담 참여 ▲우리 해군전력 강화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국과의 협력체제 강화를 촉구한 뒤 특히 "북한의 성실한 조치가 담보될 때까지 민간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정부 차원의 대북지원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대북 포용정책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 국민의 지지를 모으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햇볕정책은 시대적 당위"라고 강조했다. ◇개각.개헌론 = 서 대표는 '7.11 개각'에 대해 "중립내각이 아니라 친위내각"이라고 규정하고 인사쇄신을 거론했으나 한 대표는 "국정 마무리가 중요하다"며 "각부처 장관들은 비장한 각오로 그동안 추진돼온 정책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그 대안들을 적기에 추진해달라"며 심기일전을 당부했다. 서 대표는 장 상(張 裳) 총리서리에 대해 철저한 검증의지를 다지면서 총리서리제의 위헌성을 강조하고 개헌론에 대해서는 "헌법을 정략적 정계개편의 도구로 격하시키려는 움직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 대선전 개헌불가를 못박았다. 반면 한 대표는 총리 인사청문회 및 개헌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채 민주당이 지난 1월초 당 개혁방안으로 확정한 당권-대권 분리 등을 거론하면서 '제왕적 권력문화의 청산'을 강조했다. ◇경제.민생.공적자금 = 서 대표는 경제와 민생에 대한 초당적 협력 의사를 거듭 표명하며 `정책협의회' 활성화를 각 당에 제안했다. 특히 공적자금에 대해선 "국정조사와 TV 청문회를 반드시 실시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굳이 피하면 우리 당은 정권교체 이후라도 공적자금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반드시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마늘협상 책임규명, 주5일 근무제의 보완대책 촉구 등으로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적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공적자금에 대해서는 "공적자금을 발생시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당사자인 한나라당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책임론으로 역공을 취하면서 "예보채차환 발행동의안의 선결 처리에 한나라당이 협조한다면 동의안 처리 직후 국정조사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예보채 차환발행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