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李漢東) 총리가 11일 총리직 수행을 마치고 다시 여의도로 돌아갔다. 지난 2000년 5월22일 DJP 공동정권의 자민련 몫으로 총리직에 오른 지 2년 1개월 20일만이다. 이 전 총리는 특히 건국이후 여야합의로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검증 절차를 거친첫 총리라는 점과 6공화국 이후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지난해 9월 DJP공조 파기시에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리직 잔류 주문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의 `당 복귀 명령'사이에서 총리직 잔류를 택해 자민련으로부터 출당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임명 당시 잠재적 대권 주자군의 한명으로 이목을 끌었던 이 전 총리는 그동안`행정총리', `민생총리'를 자임, 대권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지 않고 민생현장을 챙기며 조용한 행보를 해왔다. 특유의 뚝심과 업무력을 바탕으로 내각을 장악, 월드컵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국정개혁을 착실히 추진하는 등 내각의 수장으로서 역할을 대과없이 잘 소화해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덕분에 그는 김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아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의잇단 교체 요구에도 불구하고 2년이상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총리직에서 물러남으로써 향후 대선정국에서 어떤 행보를 보여나갈지 주목된다. 그동안은 내각의 정치적 중립시비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정치와 거리를둬왔지만 이젠 그런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꿈을 잃은 정치인은 정치인도 아니다"면서 "나에게도 꿈이 있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본격적인 정치적 진로를 모색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의 출당조치로 현재 무소속인 이 전 총리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당적을 갖게 될 것"이라며 독자행보보다 정당정치의 틀속으로 들어갈 계획임을 밝힌바 있다. 정치권에선 최근 `중부권 신당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8.8 재보선이 끝난이후 개헌논의 등과 맞물려 정계개편 과정이 본격화되면 이 전 총리가 새로운 역할을 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