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1일 신임 총리 서리에장상(張 裳) 이화여대 총장을 임명함으로써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가 탄생하게 됐다.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은 발탁배경에 대해 "21세기는 여성이 국운을좌우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김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총리를 발탁했다"면서 "학자, 교육자, 대학총장을 역임, 경영마인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내각을 효율적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후임총리 인선작업을 벌여온 김 대통령은 지명에 앞서 10일 장 총장에게 박지원실장을 보내 의사를 타진했으며 이날 밤 전화통화로 총리서리 임명을 통보한 것으로알려졌다.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그만큼 증대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져온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를 최초로여성이 맡음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참여와 활동폭을 더욱 넓히는 기폭제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또 장 총리서리의 발탁은 참신성을 바탕으로 국정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장 총리서리는 여성이라는 점과 함께 평생을 학계에서 보내 거의 정치색을 띠지않았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참신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런 점에서 올 연말 대통령선거를 관리할 `중립내각'으로서 정치권 눈치를 보거나 외풍을 타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김 대통령의 국정개혁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특히 학자로서 외길을 걸어온 장 총리서리의 발탁은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중립 시비를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장 총리서리는 대학총장을 역임하면서 학내 행정과 관련해서는 경영마인드를 갖췄다고는 할 수 있지만 공직사회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내각 장악력과행정수행 능력을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정권 임기말을 맞아 정치권 줄대기 등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고 부처 이기주의가기승을 부릴 수 있는 상황에서 학자출신 총리가 국정운영의 조정력을 얼마만큼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대통령이 장 총리서리를 가장 근거리에서 보좌할 후임 국무조정실장으로 정통 관료출신의 김진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임명한 것은 이를 배려한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장 총리서리는 올해 63세로 평북 용천에서 태어나 숙명여고, 이화여대를 졸업했으며 지난 77년 이화여대 교수로 임용됐고 96년부터 총장을 맡아왔다. 또 한국 YWCA연합회 부회장을 맡는 등 여성운동에도 앞장서 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