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8.8 재보선 공천을 놓고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와 심사를 맡은 특대위가 따로 노는듯한 `엇박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6.13 지방선거 참패의 후유증을 거치며 연말대선의 전초전인 이번 재보선은 노 후보의 책임아래 치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대위원장에 김근태(金槿泰) 고문이 임명된 것도 노 후보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였고, 이 때문에 노 후보가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막상 공천의 뚜껑이 열리고 보니 비록 초반이긴 하지만 노 후보의 뜻이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듯한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노 후보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내겐 공천권한이 없다"며 "거물(巨物)을 자꾸찾다보면 고물(古物)을 찾게 된다"고 공천에 대한 불만을 강력히 표출한 것도 이러한 사정에서다. 특대위는 지난 8일 재보선 선거구 13곳 가운데 경기광명 남궁진(南宮鎭) 문광장관 등 1차공천자 3명을 확정했다. 또 9일 회의에선 서울 금천에 김중권(金重權) 전대표를 추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 후보는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두사람 공천에 대해 "그런 방향으로의 공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전히 불만섞인 반응을 보였다. 두사람의 득표력을 감안할때 공천의 불가피성은 인정하더라도 재보선 전략의 일환으로 `탈DJ'를 앞세우고 있는 마당에 김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두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는 것은 어딘지 어색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 영등포을 공천을 신청한 장기표(張琪杓) 전 푸른정치연합대표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재야'로 불리는 장 전대표의 입당과 공천에 노 후보 지지세력인 쇄신연대가 지지를 선언했지만 정작 노 후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 당시부터 장 전대표는 노 후보에 대해 "대통령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고, 이로 인해 그의 입당을 놓고 "도대체 누가 입당시켰느냐"는 얘기마저 나왔다. 노 후보도 전날 라디오 출연에서 `장 전대표 입당이 재보선 후보공천 약속없이이뤄진 것이냐'는 물음에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여전히 내키지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노 후보 입장에선 김근태 위원장 취임당시 약속한 `측근배제 원칙'도 부담이 되고 있다. 자신의 공보특보인 유종필(柳鍾珌)씨가 광주 북갑에 공천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청은 유종필씨의 자유이고 가로막을 생각이 없으나 공천 심사과정에서김근태 위원장이 합의한 사항을 말해 조정이 될 것"이라고 정리, 공천결과가 주목된다. 특대위는 노 후보의 이같은 불만을 적극 수렴, 수도권의 남은 지역엔 가급적 노후보 컬러에 맞는 인물을 영입하는데 공을 들일 생각이다. 이와 관련, 정치 1번지인 종로에는 이 철 전의원과 이정우 변호사, 영등포을 또는 금천에는 영화배우 문성근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인기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