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은 북한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촉발됐으나 북측도 큰 피해를 당한 것으로 국방부가 규정한 가운데 구체적인 '북측 선공' 입증 자료를 확보하고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작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주한미군과 우리군이 확보한 첩보 자료를 최대한 동원, 서해교전의 진상을 규명하는 작업이 내부적으로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미군이 KH-9, KH-11 등 첩보위성과 U-2 정찰기 등에서 찍은 사진은 통상 상황발생 보름정도 지나야 우리측에 넘겨진다"고 말해 금주말께 한미 공동으로 정밀 분석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 당국의 첩보 분석조사는 극도의 군사기밀이기에 일반에 전혀 공개되지 않고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된다. 물론, 지난 5일 국회에서 공개된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 상황판에 기록된 자료만 봐도 지난달 29일 교전 당시 오전 10시 25분 붉은 기호(북한 경비정)쪽에서붉은 실선이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붉은 실선은 북측 경비정에서 발사한 85㎜포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 해군측의 자료이기때문에 북측에서 `조작'이라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입증 자료가 확보가 필요하다. 미군은 때마침 월드컵축구대회 기간중 테러 방지를 위해 KH-9, KH-11 인공위성과 U-2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배치, 상시 감시체제를 가동했기 때문에 서해교전과관련된 영상,통신 자료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런 정보수집 자산들이 교전 당시 다른 지역 상공에 머물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방장관이 최근 "북한 함정이 남으로 월경해 도발했다고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고 말해 모종의 첩보를 수집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관련, 북한의 조선중앙 방송도 지난 3일 미군의 U-2 정찰기가 교전 당일 오전 4시 20분께 오산 미공군기지를 이륙, 서해 덕적도, 경기도 포천 일대의 상공을비행하며 북측의 주요 군사시설을 정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진 자료와 더불어 우리군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감청 자료다. 감청의 경우 그간 우리 군이 꾸준히 장비를 현대화했기 때문에 자체 자산으로도 충분한 정보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5도와 전방 고지대에 설치된 감청 기지에서는 북한 지상군과 해상 함정에서 함대사령부나 인민군사령부로 보내는 유.무선 교신을 감청할 수 있다. 교란용 역정보와 실제 작전통신 정보를 판별해낼 경우 북의 선제공격을 입증할 유용한 자료가감지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북한 경비정에서 "피해가 심각하다"고 상부에 보고하는 첩보와 교전 직후 30여명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헬기가 연평도 북쪽 사곶기지에서 평양 순안비행장까지 운항한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황의돈 국방부 대변인도 교전 직후 브리핑에서 "북한의 선제공격과 피해상황을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주한미군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leess@yna.co.kr